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추석에 한국은 조상 제례, 중국은 달 제사…음식도 달라"

송고시간2021-09-20 10:45

댓글

정연학 학예연구관, 논문서 양국 풍속 비교…"한국에서 더 잘 전승돼"

지난해 경북 안동 지역 추석 차례
지난해 경북 안동 지역 추석 차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음력 8월 15일인 한국 추석(秋夕)과 중국 중추절(中秋節) 풍속을 비교하면 보름달에 의미를 부여하고 달을 구경하는 행위는 유사하지만, 제례 대상이나 음식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추석 혹은 중추절을 중요한 절기로 인식하고 다양한 문화를 즐겼다는 문헌 기록은 한국에서 더 뚜렷하게 확인되며, 현대에도 한국 추석이 중국 중추절보다 잘 전승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학계에 따르면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고려사학회가 펴내는 학술지 '한국사학보' 최신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한국 추석과 중국 중추절 풍속 비교 고찰'을 발표했다.

정 연구관은 "음력 8월 15일 한국과 중국 풍속은 공통점, 차이점, 상호 관련성을 모두 보인다"며 "보름달 구경, 음주·가무, 가족 모임, 달밤 놀이, 절기 음식 등은 공통점이고, 한국은 차례와 성묘를 하는 데 비해 중국은 달 감상과 달 제사를 중시한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추석에 제의를 거행한 시기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서 '삼국사기'에는 8월 15일에 신라 왕 5명을 모신 오묘(五廟)에 제례를 지냈다는 문장이 있고, 추석 제례 풍속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이어졌다.

정 연구관은 "추석이 조선시대에 설, 단오와 함께 3대 명절로 자리매김하면서 사대부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추석 성묘가 일반화됐다"며 "이이가 가례(家禮)에 따라 한식과 추석에 묘제를 지낼 것을 주장한 이후 조선 후기까지 묘소에서 제사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중국 중추절 달 제사에 관해서는 "고대 추분에 달에 제사 지내던 의례 또는 토지신에게 하던 추수 감사 제사에서 기원했다고 한다"며 "민간의 달 제사는 송대에 시작됐지만, 형식이 비교적 간략했고 제물을 바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제물을 바치는 달 제사는 명대에서 청대를 거쳐 1950년대까지 지속했고, 호칭은 지역에 따라 달랐다"며 "달 토끼를 제사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연구관은 "중국 문헌에는 중추절 조상 제사나 성묘에 관한 기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도 한국에서는 교통이 혼잡해도 조상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지만, 중국은 중추절을 '인간의 날'이라고 해서 성묘를 하지 않으며 귀성 행렬도 없다"고 짚었다.

송편 빚기
송편 빚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추석과 중추절 절기 음식은 송편과 월병(月餠)으로 구별된다. 송편은 쌀가루를 반죽해 그해 수확한 콩·팥·밤·대추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은 뒤 솔잎을 깔고 찐 떡이다. 월병은 여러 가지 과일이나 꿀, 채소를 넣고 싼 동그란 음식이다.

정 연구관은 "조선시대에 일상식이었던 송편은 18세기에 추석 절식으로 등장했다"며 "성장과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보름달이 아닌 반달 모양으로 빚고, 곡식이 알알이 맺기를 기원하며 속을 꽉 채웠다는 설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월병에 대해 "지역에 따라 크기나 맛이 다르다"며 "겉이 부드럽고 하얀 것일수록 좋고, 속은 설탕·깨·차·과일·채소·고기 등 다양해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다"고 했다.

정 연구관은 "송편은 여전히 일부 가정에서 만들지만, 월병은 판매점을 통해 구매하거나 선물로 주고받는다"며 "추석 절기 음식 중 동아시아 삼국이 모두 먹는 것은 토란 정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관은 중국 중추절이 1966년 시작된 문화대혁명 이후 사실상 단절됐다가 최근 중요성이 커졌지만, 한국 추석은 삼국시대부터 줄곧 중요한 명절이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 중추절은 1970년대 후반 이후에도 공휴일에서 제외돼 월병 먹는 날 정도로 인식됐고, 2008년에야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며 "공휴일 지정 이전에 중국에서는 중추절의 기원을 신라로 볼 것인가, 중추절 형성 시기가 당과 송 중 어느 시기인가 등 두 가지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중추절의 신라 기원설 근거로는 9세기에 활동한 일본인 승려 엔닌(圓仁)이 당나라를 돌아보고 쓴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중추절 관련 내용이 없다는 점이 제시됐다. 반면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제3대 왕인 유리이사금 시대에 추석을 '가배'(嘉俳)라고 했으며, 길쌈 내기를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

정 연구관은 "중추절의 중요한 풍속인 달 제사와 월병 나누기, 놀이 등은 북송 시기 이후에 등장한다"며 "당대에는 주로 밤에 술잔치를 벌이며 달을 감상했으나, 송대에 이르러 종일 명절로 즐겼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 연구관은 "중국 중추절이 추석에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라면서 "조선시대 문인들은 신라 절일인 추석의 연원을 중국에서 찾고자 하는 사대주의적 사고방식을 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핫뉴스

전체보기

포토

전체보기

댓글 많은 뉴스

이 시각 주요뉴스

포토무비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