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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으로 가축 몰이하듯 아이티 난민 내쫓은 미 국경순찰대(종합)

송고시간2021-09-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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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논란 확산에 곤혹…국토안보부, 사건 조사 착수

미 민주·공화 양당서도 비판…유엔 "난민들 기본권 존중돼야"

미 관리들 "아이티인 다수 추방 안되고 미국내 풀려나"

아이티 난민들을 쫓아내는 미국 기마 국경순찰대 요원
아이티 난민들을 쫓아내는 미국 기마 국경순찰대 요원

[AFP=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김지연 기자 = 미국 기마 국경 순찰대가 말 고삐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아이티 난민을 가축 몰이하듯 쫓아내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P 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텍사스주 델리오 다리 인근 불법 아이티 난민촌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국경 순찰대 일부 요원들이 말에 올라탄 채 가죽 고삐를 들고서 난민을 위협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기마 순찰대원들은 텍사스 리오그란데강을 넘은 난민들을 향해 돌진했고 일부 요원은 가죽 고삐를 돌리며 난민을 체포하려 했다.

순찰대원들이 말을 몰아 거침없이 밀어붙이자 겁에 질린 난민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쳤고 뒤로 넘어져 강물에 빠진 난민도 있었다.

국경 순찰대 소속 한 요원은 여성, 어린이들이 뒤섞여 있는 난민들을 겨냥해 "당신네는 여성들을 이용한다"며 아이티를 비하하는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AP 통신은 "기마 요원들이 난민을 동물처럼 강제로 몰아붙이고 막아섰다"며 이번 논란이 불법 이민자 처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정치적인 부담을 안겨줬다고 진단했다.

말 고삐를 휘두르는 미 국경순찰대에 쫓기는 아이티 난민들
말 고삐를 휘두르는 미 국경순찰대에 쫓기는 아이티 난민들

[AFP=연합뉴스]

국경 순찰대의 강압적인 난민 해산 작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바이든 행정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은 기마 요원들이 난민을 쫓아내는 사진을 본 뒤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며 "난민에 대한 어떠한 학대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국경 순찰대가 난민을 쫓아내는 사진을 봤다면서 "그 장면을 본 누구도 그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기마 요원들의 태도는 끔찍했다. 사람은 절대 그런 식으로 취급돼선 안 된다"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이번 일이 벌어진 미·멕시코 국경지대 델리오 다리 아래에는 주로 아이티에서 건너온 난민 1만 명 이상이 대규모 불법 난민촌을 형성했다.

앞서 미국 당국은 공중보건에 관한 연방법 42호를 근거로 이곳의 아이티인들을 항공편으로 아이티로 되돌려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42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작년 3월 미 질병관리통제센터(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이민자들을 국경에서 즉각 추방하도록 허용하는 근거로 활용됐던 것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에서도 모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문제의 사진이 "역겹다"면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혐오적인' 정책을 이어가선 안 된다고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지금 이행되는 정책들, 국경에 온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끔찍한 처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지대의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민 문제에서 가혹한 태도를 보인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하려던 바이든 행정부로서 이는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이민은 수십 년간 해결책을 찾지 못한 워낙 복잡한 문제이기에 바이든 행정부는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대하면서 충돌하는 이해관계 속에 갇혀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미국-멕시코 국경 불법으로 오가는 중남미 이민자들
미국-멕시코 국경 불법으로 오가는 중남미 이민자들

(시우다드 아쿠나 EPA=연합뉴스) 미국과 국경을 이루는 멕시코 시우다드 아쿠나의 리오그란데강을 20일(현지시간)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불법으로 오가고 있다. 이곳 국경지대에는 대부분 아이티인들인 이민자 1만4천여 명이 미국행을 꿈꾸며 노숙하고 있다. 미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제정된 추방 규정에 따라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sungok@yna.co.kr

유엔은 아이티 난민들이 대거 미국에서 추방돼 위험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마르타 우르타도 대변인은 제네바에서 기자들을 만나 "아이티 사건들에 대한 개별 평가가 없었던 것 같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일부는 필요한 보호를 받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샤비아 만투 대변인도 코로나19 위험을 근거로 한 아이티인 추방 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망명 신청은 "기본적인 인권"이라며 "이 권리가 존중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이티인들이 대거 추방될 것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실제로는 아이티 인들이 미국으로 풀려나고 있다고 AP통신은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아이티 인들이 "아주 대규모로" 최근 며칠에 걸쳐 미국으로 풀려났으며, 다수가 60일 내로 이민국 사무실에 출석하라는 공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리도 다수 아이티인들이 이민법에 따른 절차를 밟고 있으며 지난 19일부터 아이티인 추방을 위해 아이티로 향하는 항공기에 오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델리오 다리 아래에 있던 아이티인의 수는 한때 1만4천명을 넘었으며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1일 현지 당국의 최근 집계가 약 8천600명이라고 전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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