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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또 터진 페이스북 스캔들이 보여주는 것

송고시간2021-09-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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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사에 일반인 이용자와 다른 잣대…마약 카르텔·인신매매범 방치

페이스북 로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페이스북 로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페이스북이 또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페이스북 파일'이란 제목 아래 이 기업의 은밀한 내부 실상을 파헤친 일련의 기획 기사를 내보내면서다.

WSJ은 페이스북의 연구 보고서, 온라인 직원 토론, 고위 경영진을 상대로 한 프레젠테이션 초안 등 이 회사의 내부문건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를 통해 드러난 페이스북의 이면은 이 회사의 기업 문화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란 위상을 감당하기에 한참 모자란다는 것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은 고위 인사나 유명인에게 특혜를 줬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30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정치·문화·언론계의 엘리트들과 동등한 기반 위에서 발언할 수 있다고 말해왔지만 사실과 달랐다.

페이스북은 은밀히 '크로스 체크'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원래는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언론인 등 명사의 계정을 상대로 조치를 내릴 때 이를 더 면밀하게 처리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백만명의 주요 인사(VIP)를 상대로 정상적인 콘텐츠 감시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어떤 인사들은 '화이트리스트'에 올라 아예 콘텐츠 감시가 면제됐고, 어떤 사람들은 규정 위반 게시물을 올려도 제재받지 않았다.

2019년 축구 스타 네이마르가 한 여성의 누드 사진을 올린 게 한 사례다. 네이마르에게 강간 혐의를 제기한 이 여성의 사진은 페이스북이 삭제하기 전까지 수천만명의 팬들이 봤다.

또 화이트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백신이 치명적이다'라거나 '힐러리 클린턴이 소아성애자 클럽을 은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망명을 신청한 모든 난민을 짐승이라고 불렀다'처럼 페이스북 팩트체커들이 거짓으로 판정한 논란의 주장들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2019년 이런 관행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우리는 우리가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실제로 하지 않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두둔할 수 없는 행위", "배임"이라고 스스로 진단했다.

페이스북 소유의 사진·동영상 중심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는 내부 연구진이 이 플랫폼이 젊은 이용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수년간 연구해왔다.

연구진이 2020년 3월 내부 게시판에 올린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10대 소녀의 32%가 자신의 몸에 불만이 있을 때 인스타그램이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

연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하는 (타인과의) 비교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평가하는지를 바꿀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 연구진은 여러 차례 비슷한 연구를 했고 번번이 인스타그램이 상당한 비율의 이용자, 특히 10대 여성들에게 해롭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10대 가운데 영국에서는 13%, 미국에서는 6%가 인스타그램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에는 젊은 이용자층 확대가 연간 1천억달러 매출 달성에 필수적이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커버그 CEO는 올해 3월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 이런 연구 결과와는 딴판인 얘기를 했다. 그는 어린이와 정신 건강을 묻는 말에 "연구 결과를 보면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 소셜 앱을 이용하는 게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이익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올해 1월 경찰 출신의 페이스북 조사관은 내부 게시판에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 페이스북을 이용해 살인 청부업자를 모집하고 훈련하는 한편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올렸다.

이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지만 페이스북은 이 카르텔의 계정을 폐쇄하지 않았다.

중동의 인신매매범들이 여성을 유인해 노예나 성 노동자가 되도록 강요하는 모집 창구로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거나, 에티오피아의 무장단체가 페이스북에서 소수 인종을 상대로 한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는 직원들의 보고도 있었다.

저커버그 CEO는 2019년 페이스북을 '표현의 자유'의 수호자로 치켜세우며 '제4계급'으로 일컬어지는 언론에 이어 페이스북과 그 이용자를 '제5계급'으로 호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쯤 되면 페이스북은 사회적 공기이기보다는 사회적 흉기에 가까워 보인다.

페이스북이 스캔들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가장 큰 사고는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이다. 2016년 미 대선 때 영국 정치 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정치 광고를 위해 페이스북 이용자 8천700만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부적절하게 이용한 사건이다.

올해 4월에는 한국 이용자 12만1천여명을 포함해 전 세계 106개 국가의 이용자 5억3천30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한 해킹 온라인 게시판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보도가 나온 뒤 페이스북이 보이는 태도는 더 실망스럽다.

명사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보도에 대해 이 회사 대변인 앤디 스톤은 비판이 정당하다면서도 크로스체크가 만들어진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람들이 올린 콘텐츠를 단속할 때 추가 단계를 둬 정확히 규정을 적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요점은 페이스북 스스로 크로스체크와 관련한 문제를 파악했고 이를 해소하려 일해 왔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발언의 결을 살펴보면 "우린 잘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평균적인 수준의 윤리 의식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행동했다가 들통 났다면 "부끄럽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윤리적 수치심이나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고→개선 약속→사고'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은 페이스북이 자정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자정 능력의 부재에는 윤리적 수치심의 결여가 크게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마침 미 의회가 칼을 빼 들 태세다. 페이스북을 포함해 틱톡, 트위터, 유튜브 등의 임원을 불러 청문회를 열겠다고 한다.

전 세계 인류의 절반에 근접하는 30억명 이상을 이용자로 둔 거대 기업이 스스로 오류를 바로잡지 못할 때 그 결과는 심각할 수 있다. 미 의회가 내놓을 조치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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