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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아프간 난민 보호시설서 한 달간 2천명 임신?

송고시간2021-09-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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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인용 자극적 보도…CNN기자 "난민시설서 2천명 새로 임신 사실 아냐"

미 람슈타인 공군기지 "현재 수용된 임신 여성은 200명" 확인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대기 중인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대기 중인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AP=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독일의 미군 기지에 임시로 보호중인 아프가니스탄 난민 중 여성 2천명이 한 달 사이에 새로 임신했다는 보도가 국내 언론을 통해 나오면서 사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국내 다수 언론은 27일 미국 CNN방송의 보도를 인용해 '아프간 난민 여성 2천명 임신, 한 달 새 벌어졌다', '아프간 女난민, 2천명 임신…독일 미군기지 발칵'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기사를 내보냈다.

이들 기사를 보면 CNN이 인터뷰한 '현지 공군기지 관계자'의 말이라며 "최근 한 달 새 약 2천명의 아프간 여성이 새로 임신했다"고 직접 인용했다.

이 보도만 보면 공군기지에 임시로 머무는 동안 임신한 아프간 난민 여성이 2천명에 이르는 것처럼 여겨진다. 또 미군 기지 내에서조차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빈번히 일어났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이들 기사는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기사' 순위 상위에 오를 만큼 국내 독자의 큰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관련 기사 댓글 중에는 "저 어려운 상황에서 2천명이 새로 임신하다니 처지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 시민권을 노린 게 아니냐", "이래서 난민을 받으면 안된다"는 등의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 기사를 근거로 난민 뿐 아니라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담긴 글이 인터넷상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기도 했다.

미군 기지에 수용중인 아프간 난민의 열악한 상황을 보도한 CNN방송
미군 기지에 수용중인 아프간 난민의 열악한 상황을 보도한 CNN방송

[CNN방송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CNN "임신한 채 피난…2천명이 기지에서 새로 임신했다고 보도한 적 없어"

이를 검증한 결과 이 보도는 오역 또는 사실오인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미 CNN방송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약 2천명의 아프간 난민 임신부를 수용 중인 독일 내 미군기지 상황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CNN은 이 기사에서 2천명의 임신부를 포함한 아프간 난민 1만여명이 독일의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머물고 있다면서 애초 10일로 예정된 이곳에서의 체류 기간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라 수 주로 늘어나면서 체류자가 증가하고 날씨가 추워져 거주 환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기사 어디에서도 "최근 한 달 새 약 2천명의 여성이 임신했다"는 '공군기지 관계자'의 발언은 찾아볼 수 없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오렌 리베르만 CNN 기자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지난 8월 말 이후 2천명의 임신한 여성이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이라며 "2천명의 여성이 기지에 머무는 동안 새로 임신했다고 보도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기사를 공동 제작한 엘리 코프먼 CNN 프로듀서 역시 이메일을 통해 "그들은 이미 임신한 상태로 기지에 도착한 것이지, 기지에서 임신한 것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아울러 CNN방송의 기사를 보면 '한 달 동안'이라는 기간도 추측 또는 오역에 가깝다.

CNN은 '람슈타인 기지에 아프간 난민이 8월 하순부터 도착했다'라고 보도했는데 이를 국내 언론이 2천명 임신 여성이 머물고 있다는 내용과 엮어 '한 달간 2천명 임신'으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군 기지에 수용됐던 한 달 동안 아프간 난민 여성 2천명이 임신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는 가짜뉴스인 셈이다.

미군 기지에 임시 수용된 아프간 난민
미군 기지에 임시 수용된 아프간 난민

[AP=연합뉴스자료사진]

◇ 미군 "람슈타인기지 거친 3만5천명 중 임부 2천명…현재 수용자 중 200명"

현재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현재 체류 중인 아프간 난민 중 임신한 여성이 2천명에 이른다는 CNN방송의 보도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람슈타인 공군기지 미디어 담당관은 27일 연합뉴스의 이메일 질의에 "대략 200명의 임신한 아프간 여성이 현재 기지에 체류하며 대기 중"이라며 "이에 대해 최근 발표된 통계 수치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8월 20일 이후 람슈타인 기지를 거쳐 간 아프간인 3만5천명 중 임신부의 수를 약 2천명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현재 모든 피란민에게 안전한 거처와 돌봄을 제공하려고 미 국무부, 독일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방송 기사를 통해 현재 람슈타인 기지에 머무는 아프간 난민 1만여명 중 2천명이 임신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잘못된 통계에 기반한 보도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지난 8월부터 람슈타인 기지를 거쳐 미국으로 갔거나 현재 기지에 체류 중인 전체 아프간 난민 중 임신 중이었던 여성이 약 2천명이고, 현재 기지에 수용 중인 아프간 난민 중 임신한 여성은 약 200명으로 보인다.

CNN방송도 27일 "이전 기사에서 람슈타인 공군 기지에 체류 중인 임신 아프간 여성 숫자를 잘못 보도했다"며 현재 이 숫자를 200명으로 정정 보도했다.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는 지난 8월부터 아프간을 탈출해 미국으로 향하는 난민을 임시로 보호하는 시설로 활용된다.

그러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미국에 도착한 아프간인 일부가 홍역 진단을 받자 아프간 난민 수송 비행편을 내달 9일까지 일시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 기지 내 임시 거주 시설 수용 인원이 증가하는 등 난민의 체류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체류 중인 아프간 난민 어린이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체류 중인 아프간 난민 어린이

[AP=연합뉴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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