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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동물 '불행한 충돌' 막는다…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대

송고시간2021-10-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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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활주로 주변 감시…"공항·동물 안전 함께 지킬 것"

활동 중인 야생동물통제대 대원
활동 중인 야생동물통제대 대원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종도=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탕! 탕!"

지난 1일 오후 4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인근 제1활주로 남단에서 귀청을 때리는 총소리가 울렸다. 하늘을 향한 산탄총 총구에서는 공포탄과 실탄이 번갈아 발사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야생동물통제대 대원들이 활주로를 향해 날아오는 새를 보안 울타리 바깥으로 쫓는 업무를 시연하는 자리였다.

새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공포탄이나 위협 사격으로 방향을 돌리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새가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는 등 긴급 상황에서만 불가피하게 조준 사격을 한다.

3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야생동물통제대는 인천공항 내 활주로·계류장·관제탑 등 항공기 이착륙 관련 구역(airside)과 인접 구역에 들어오는 야생동물을 쫓고 서식지 관리·연구 등을 통해 과학적 대책을 세우며 공항 안전을 지키는 업무를 맡고 있다.

조류는 물론 고라니 등 육상동물도 통제 대상이다. 다양한 동물에 맞춤 대응하고자 산탄총 외에 페인트건, 마취총, 야간투시경 등 여러 장비를 이용한다. 새가 싫어하는 음파를 최장 600m까지 쏘아 보내는 음파퇴치기를 2019년부터 2대 도입했고, 발굽이 있는 동물이 밟으면 발이 빠지는 특수 발판도 설치했다.

통제대장을 비롯한 대원 30명 중 일근자 6명을 제외한 24명이 2인 1조로 24시간 교대 근무한다. 항공기가 새벽까지 끊임없이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에서 한시라도 한눈팔 수 없기 때문이다. 공항을 누비는 통제대 순찰차 1대의 하루 이동 거리는 200여㎞에 달한다.

음파퇴치기를 사용하는 통제대원
음파퇴치기를 사용하는 통제대원

[인천공항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은 항공기가 새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다. 이·착륙 때 시속 300㎞가 넘는 항공기에 오리 1마리만 충돌해도 기체에 가해지는 순간 충격은 t(톤) 단위가 된다.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면 화재 등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정상 운항이 어려워진다.

최근 3년간 버드 스트라이크는 2018년 20건, 2019년 17건, 지난해 6건 있었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6건 발생했다. 번식기 이후 조류 개체가 많고 제비 등 여름 철새가 영종도에 머무는 매년 8∼10월에는 평소의 갑절 이상이다. 통제대는 운항 1만 회당 충돌 건수를 세계 공항 중 최저 수준인 0.38회로 관리하고 있다.

권혁락 통제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기 운항은 적어졌지만, 소형 조류가 점점 늘면서 작은 충돌이 계속된다"며 "운항에 지장을 줄 정도의 사고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활주로에 접근하는 육상동물도 항공기에는 위험 요소다. 체구가 작은 동물이라도 충돌하면 이·착륙 중 랜딩기어(기체의 무게를 지지하는 바퀴가 달린 장치)가 파손될 수 있다. 조종사가 동물을 피하려고 기수를 틀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통제대는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고양이 17마리, 고라니 4마리, 뱀 3마리 등 총 31마리의 동물을 에어사이드에서 포획했다. 이 중 3마리는 운송 중인 보호장구에서 탈출한 반려견·반려묘였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달려온 주인의 도움으로 생포했다고 한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공항 안전을 위해 동물을 사살해야 할 때도 있는 점은 통제대의 고민거리다. "새를 굳이 죽여야 하느냐"는 항의 전화에 난감할 때도 있다고 한다.

고기철 통제대 선임은 "항공 안전과 동물 안전을 함께 지키고 싶다"며 "자연 친화적 공항을 위해 동물을 보호하면서도 이동을 돕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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