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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위드코로나] ⑥ 미국, 백신 반대에 접종 정체…아슬아슬한 공존

송고시간2021-10-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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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완화, 델타 변이에 확진·사망 줄지 않아…접종률 한국·EU에 뒤져

백신 의무 접종 놓고 정치·사회적 분열…공공이익 vs 인권 소송전

올해 9월 개학한 미국 뉴욕의 한 초등학교 앞
올해 9월 개학한 미국 뉴욕의 한 초등학교 앞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은 영국이나 싱가포르와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공존을 중앙 정부 차원에서 공식으로 선포하지는 않았다.

봉쇄령,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 방역 정책은 주(州) 정부의 자율권이 커 연방정부 차원에서 개입하기 힘들고 주마다 규제가 제각각이어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며 팬데믹으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곧이어 델타 변이로 인한 4차 재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이런 승리 선언은 무색해졌다.

그런데도 미국 역시 백신 접종을 디딤돌 삼아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복귀를 모색하고 있다.

완전 퇴치는 어렵다는 판단에 일정 부분 코로나19와 공생을 '뉴노멀'로 받아들이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새 학년도가 시작된 이번 가을 학기부터 미국 전역에서 학교가 대면 수업을 재개하며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주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곳도 많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의무화하거나 권고하지 않는 주도 있다.

8월 미국 코네티컷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맞는 70대 암 환자
8월 미국 코네티컷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맞는 70대 암 환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바짝 움츠러들었던 사람들의 이동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향해 회복하는 중이다.

지난 여름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보건 당국은 '여행 자제'를 적극적으로 권고했지만 최근 주말이나 연휴를 전후해서는 하루 항공 여행객이 200만명을 넘어서곤 한다.

하루 250만명을 넘기도 했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지만 1년 전 이맘때 하루 50만∼80만명 선을 오갔던 것과 견주면 정상화에 크게 다가선 것이다.

정상화를 위한 '도전'엔 대가도 따랐다.

6월 말까지만 해도 하루 1만명 선에 그쳤던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7월로 접어들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방역 조처가 완화되고 델타 변이가 급속히 확산한 탓이다.

다행히 9월 13일 하루 신규 확진자 17만5천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한 달 넘게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지난 겨울철의 대확산 이후 두 번째로 심각한 대유행의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사망자도 덩달아 급증해 9월 하순에는 하루 평균 2천명 넘는 생명이 코로나19에 희생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처럼 희생이 커진 원인으로 강력한 반(反)백신 정서를 지목한다.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처럼 예방 효능이 좋은 코로나19 백신 기술을 보유한 덕분에 물량도 충분하고 백신 접종자도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접종률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얘기 나누는 간호사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얘기 나누는 간호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은 영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접종률이 선진국 클럽인 주요 7개국(G7) 중 꼴찌로 추락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15일 기준 백신을 최소 1회 맞은 미국인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66%, 18세 이상 성인의 79%다.

접종 완료율은 전체인구의 57%, 18세 이상 성인의 68%로 75%(성인 기준) 정도인 한국과 유럽연합(EU)보다 낮다.

백신 접종률은 공화당,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둥지로 삼은 '백신 음모론'에 발목이 잡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접종율이 낮은 주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은 곳이 대체로 겹친다.

백신을 정치화하면서 사회·정치적 갈등으로 번졌고 실제로 접종률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 결과 정작 백신이 넘치는 미국에서 위드 코로나의 기본 조건인 '높은 백신 접종률'이 달성되지 못해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코로나와 공존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신 거부 정서는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미국처럼 주류 정당이 대규모로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나라는 없다면서 오늘날 미국에서 전개되는 백신 반대운동이 미증유의 일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백신 접종 초기만 해도 반년이면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보도하던 미 언론들은 이제는 "집단면역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고 못 박는다.

갈등이 해소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백신 접종 독려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정부 직원, 연방정부와 거래하는 업체·개인에 백신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원이 100명 이상인 사업체도 직원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당장 공화당은 반발했다. 백신 의무화가 기업체·개인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소송을 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 보수 세력의 중심지인 텍사스주의 그레그 애벗(공화당) 주지사는 기업체를 포함한 모든 기관에서 백신을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며 반기를 들었다.

많은 병원과 델타항공 등 일부 항공사에선 백신 의무화를 끝내 거부하고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일터를 떠나기도 했다. 백신 의무화를 놓고 크고 작은 소송전도 벌어지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는 초중고 학생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는 "가능성이 없다"며 의무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선 시장이 공무원의 백신접종을 의무화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직원은 무급조치를 내리겠다고 하자 경찰노조에서 태업을 경고하는 등 갈등으로 인한 파열음이 미국 사회 곳곳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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