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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로 간 청년의사 "수용자들이 첫 스승"

송고시간2021-10-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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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의 출신이 쓴 에세이 '진짜 아픈 사람 맞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의사로서 첫 자세를 가르쳐준 곳은 교도소이며, 나의 첫 스승은 교도소 수용자들이다."

의사 최세진 씨가 에세이 '진짜 아픈 사람 맞습니다'(어떤책)에서 쓴 말이다. 교도소 진료실을 본격적으로 다뤄 단행본으로 출간된 첫 에세이다. 저자가 순천교도소와 서울구치소에서 공중보건의로 보낸 3년의 기록을 담았다.

최세진 씨
최세진 씨

[어떤책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교정 시설은 의사 한 명당 1인 진료가 하루 평균 277건에 달하고, 각종 민원과 고소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일도 많은 데다 처우도 낮고 고소당할 위험까지 커 의사들이 기피하는 근무지로 알려졌다.

저자는 자원해서 근무한 곳이지만 역시 일하기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정규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지만 응급진료를 요청하는 이들이 항상 넘쳐났다.

거울을 깨고 자신의 손목을 그은 환자, 같은 방 수용자와 싸워 눈썹 위가 찢어진 환자처럼 교도소가 아니라면 자주 만났을 리 없는 환자들이 매일 진료실을 찾았다.

정신질환자, 성 소수자라고 주장하며 방 변경을 요청하거나 진통제나 마약류성 약을 더 달라며 꾀병을 부리는 환자들도 가려내야 했다.

경범죄자부터 사형수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안타까운 사연도 자주 접했다.

정신질환을 앓아 음식을 거부하다 결국 죽음에 이른 수용자, 폭력 범죄 탓에 뇌 이상이 발견된 이들, 어릴 때 본드 흡입 후 약물에 손댄 사람들 등 다양했다.

"이 수용자는 입소 시점부터 불식(不食)했다. 애초에 이런 정신질환자를 왜 구속했을까. 경제적 문제 때문에 환자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왜 여전히 계속되는가."

저자가 본 감옥의 풍경은 우리 사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돈이면 다 되는 물질만능주의는 감옥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있었다.

"돈 많은 수용자가 돈 없는 수용자에게 간식을 사 주는 경우도 있고, 자비 구매 약을 구해줄 때도 있다. 때로 돈 많은 수용자가 돈 없는 수용자를 부리는 일도 있다. 돈 많은 수용자의 일을 돈 없는 수용자가 대신해 주는 것이다. 주로 설거지, 빨래, 청소 같은 일들이다. 영치금을 주고 동료 수용자에게 마사지를 받는 수용자도 있다."

저자는 이 밖에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회에도 여전한데 국민 세금으로 범죄자를 치료해주는 게 맞는지, 돌봄과 감시가 범죄를 막을 수 있는지, 범죄자는 정말 교정될 수 있는 건지, 범죄자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는지 등의 문제를 하나하나 짚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교정시설은 의사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고민하게 하는 공간이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며 "3년 동안 나를 따라다닌 질문들을 독자들과 나눠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3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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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책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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