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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회의원은 국감장에서 허위 발언해도 면책된다?

송고시간2021-10-2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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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알고도 명예훼손시 면책특권 인정 안 돼…대법원 판례 확립

보도자료·기자회견은 목적·장소·양태 따져 면책 여부 판단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조폭과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가 국제마피아파로부터 20억원을 지원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근거로 제보자의 진술서와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공개한 돈다발 사진은 수시간 만에 허위 논란에 휩싸였다.

이 후보는 공방 중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허위사실 유포하지 말라"며 "기자회견을 하든지 면책특권 밖에서 지적하면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응수했다. 이는 면책특권의 범위와 한계를 시사한 것으로도 들린다.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한 발언은 설령 허위여도 면책을 받지만 기자회견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김용판 의원과 대화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김용판 의원과 대화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전 질의를 마친 후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1.10.18 [경기사진공동취재단] xanadu@yna.co.kr

◇ 허위인 줄 알고 한 발언은 면책특권 적용 안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일반 법률이 아닌 헌법에 보장돼 있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국회의원이 국회(본회의 및 각종 위원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에 대해선 민·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미다. 국회증언감정법상 일반인이 국회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진술을 하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처벌을 받는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실제론 직무상 발언으로도 송사에 휘말리는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6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대장동 투자사인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약정받은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을 공개했다가 5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은 재직 때인 지난해 10월 서울고검 국감에서 술 접대 검사를 잘못 지목했다가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이 진행 중이다. 김용판 의원도 금품 공여자로 지목한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불법행위를 묵인하기 위한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 법원은 면책특권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이러한 목적과 취지를 벗어났는지를 우선으로 따진다.

대법원은 2007년 발언 내용이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새로운 판례로 면책특권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도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다소 근거가 부족하거나 진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면책특권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명백한 허위사실임을 알고 있는 경우라면 본회의나 상임위 발언이라고 해도 면책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명백하게 범죄를 구성하는 명예훼손이나 모욕까지 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회 본회의
국회 본회의

[연합뉴스 사진자료]

◇ 직무상 의사표현 부수 행위도 면책특권 대상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한 발언은 통상 직무상 발언으로 여긴다. 국회에서의 발언을 내용이 아니라 직무와 무관하다고 문제 삼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을 통한 발언이나 인터넷을 통한 의견 공표도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간주해 면책특권을 적용할까?

대법원은 1992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이 직무상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사표현행위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에 통상적으로 부수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는 판례를 확립했다. 그러면서 부수 행위 여부는 구체적인 행위의 목적, 장소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와 관련해선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삼성 X파일' 폭로 사건이 유명하다. 노 전 의원은 2005년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해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리고 8년 뒤인 2013년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돼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당시 대법원은 노 전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언할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행위를 면책특권 대상인 직무 부수 행위로 판단했으나, 보도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행위는 면책특권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봐 유죄를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016년 대법원의 국회 업무보고 당시 성추행범을 오인한 보도자료를 냈다가 2019년 위자료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보도자료 배포 행위를 면책특권 대상으로 봤지만, 회의 발언을 녹화한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행위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행안위 국민의힘 의원들, 긴급기자회견
행안위 국민의힘 의원들, 긴급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수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가 정회된 뒤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0.19 [국회사진기자단] swimer@yna.co.kr

◇ 기자회견 발언도 목적·장소 등 따져봐야

국회의원이 기자회견 등에서 한 발언도 보도자료 배포와 마찬가지로 직무 부수 행위에 포함돼 면책특권이 적용될 수 있지만 예단할 순 없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기자회견의 목적, 장소, 양태를 따져본 뒤 국회의원 직무와의 관련성을 판단하게 된다.

다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장과 주장을 밝히는 경우는 국감 등 국회 회의 석상에서의 발언에 비해 직무 관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훨씬 크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후보가 '조폭 연루설'과 관련해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라며 기자회견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법리적 판단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모욕죄의 경우 같은 표현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처벌되기도, 안 되기도 한다"며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의 기자회견 발언이 문제가 된다면 어디서, 왜, 어떤 경위로 했는지를 살펴보고 직무와의 관련성을 따져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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