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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결정…전직 대통령들도 사죄해야

송고시간2021-10-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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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찾은 조문객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찾은 조문객

(서울=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한 가운데 27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2021.10.27 [사진공동취재단]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노 전 대통령 사망 하루 뒤인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 국민들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진행되는 것은 2015년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그 이전에 세상을 떠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장,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국장과 국민장은 2014년 국가장으로 통합됐다. 그런데 현행 국가장법은 전·현직 대통령 등을 대상으로 명시하면서도 생전에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담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사망 당시의 국민 정서와 정치 상황 등 정무적 판단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국가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짤막하게 설명했으나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갈등보다는 국민 화합 쪽에 방점을 둔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의 주동자로 대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고 관련한 역사적 평가도 사실상 확정된 노 전 대통령을 국가장으로 예우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가장법은 제 1조에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에 그 장례를 경건하고 엄숙하게 집행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힌 직선제 대통령으로 북방 외교,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범죄와의 전쟁 등의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지만 국민의 희생을 제물로 권력을 잡은 정치군인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잘못됐고 재임 중 천문학적인 액수의 뇌물을 수수하기도 했다. 국민의 일반 상식에 비추어 그가 과연 '국민의 추앙을 받는' 인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여권 일부와 5·18 관련 단체 등 진보 진영은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족 측이 고인의 뜻에 따라 장지를 통일동산이 있는 파주로 정할 경우 안장 문제는 일단락될 것이나 국가장 문제는 여진이 불가피할 듯하다. 실제로 광주광역시는 국가장법에 명시된 분향소 설치나 조기 게양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 결정은 향후 비슷한 사례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등 세 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유죄 판결로 모두 관련 예우를 박탈당한 상태이다. 우리 헌정사에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들에게도 이번 정부의 판단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5·18 유족에게 직접 사과는 하지 않았으나 자녀가 광주를 찾아 여러 차례 반성하고 용서를 빌었다. 추징금 2천600여억 원도 완납했다. 유족은 "부족한 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는 내용의 유언도 공개했다. 그와 가족의 이런 모습이 정부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들의 사죄와 반성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비단 예우 때문만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의 경우 여전히 무고한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크나큰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건강이 악화했다고 하나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더는 지체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도록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하는 자세로 잘못을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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