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팩트체크] '남의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면 주거침입?

송고시간2021-11-11 07:40

댓글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는 입주민들 사유재산 맞아

법조계 "주거침입죄 성립하려면 평온 해치려는 고의성 있어야"

어린이놀이터
어린이놀이터

[촬영 이영희]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어린이들을 "남의 놀이터에서 놀면 도둑"이라며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 키즈카페와 워터파크가 생겨나는 등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이 다양화·고급화하는 가운데 외부인의 놀이터 이용 등을 둘러싼 갈등이 수년째 끊이질 않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아이들이 노는 건데 너무 야박하다" "아이들이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랑만 놀라는 거냐" 등의 의견이 있지만, "입주민이 관리비를 내고 사용하는 사유 공간인데 외부인이 와서 시끄럽게 떠들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누가 좋다고 하냐" 등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 부모가 올린 청원글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 부모가 올린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아파트 내 놀이터는 사유재산이고, 외부인이 이용할 경우 주거침입으로 봐야 할까.

아파트 내 놀이터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 시설은 사유재산이 맞다. 입주민들이 아파트 대지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택법 2조에도 어린이 놀이터는 유치원, 주민운동시설, 경로당 등과 함께 주택단지 입주자 등의 생활 복리를 위한 공동 시설로 명시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놀이터와 같은 주민 공동 시설은 입주민의 공용 면적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사유 시설이며 어느 한 세대가 아닌 공용의 사유재산"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는 공동주택 관리 주체는 어린이 놀이터 시설이나 승강기, 주민운동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로 인한 입주자 등의 피해보상을 위해 시설물 사고보험도 가입하게 돼 있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헬스장과 사우나, 수영장 등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유지 등의 명목으로 관리비에 커뮤니티 관리비를 포함해 걷는 곳도 있다.

이는 일부 네티즌이 입주민의 관리 부담 등을 언급하며 외부인의 시설 이용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놀이장으로 변한 아파트 놀이터
물놀이장으로 변한 아파트 놀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해당 아파트에 살지 않는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놀았다고 해서 이를 주거침입으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29조의2에는 관리 주체가 입주자 등의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주민 공동 시설을 인근 공동주택단지 입주자 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연합뉴스가 접촉한 변호사들은 대체로 일반적인 아파트의 놀이터 이용에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주거침입죄는 사적 생활 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박종흔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는 "주거침입은 주거하는 사람의 평온을 해쳐야 하는데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논다고 주거의 평온을 해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 아파트 놀이터에 부착된 안내문
서대문구 아파트 놀이터에 부착된 안내문

[트위터 캡처]

권경미 법률사무소 어썸 대표변호사는 "'입주민 외 이용 금지'를 명시하거나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게 하는 인적·물적 설비가 명확하게 돼 있으면 건조물침입죄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다만 물리적으로 몸이 들어갔다고 침입이 아니라 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이 깨졌는지를 기준으로 봐야 하는데 아이들이 논 것을 두고 과연 평온이 깨졌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혜미 법률사무소 오페스 대표변호사 역시 "놀이터 자체에 입주민만 들어갈 수 있는 차단시설을 해놨는데 이를 무단으로 해제하고 들어갔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여타의 아파트처럼 운영되는 놀이터라면 주거침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5월 서울중앙지법은 빌라 1층 주차장에 따라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필로티 방식의 건물 1층 주차장의 경우 외부 차량이 허락 없이 주차하는 일이 빈번하고 인접 도로를 보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이 빌라 주차공간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즉, 주차장의 차단기처럼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시설이 없고 외부인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 공간에 들어갔다는 자체를 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에게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

[촬영 고동선]

놀이터에서 논 아이들에게 입주민의 '평온'을 깨뜨리려는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우세했다. 오히려 이 사건의 경우 입주자 대표회장이 아이들을 아파트 관리실에 잡아뒀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주거침입에는) 주관적 요건인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남의 주거의 평온을 깨뜨린다고 생각하고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의도 없다"며 "주거침입 현행범이라고 해도 범죄가 명확해야 하고 증거 인멸 가능성 등 체포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지만 이 경우에는 체포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체포 감금은 죄가 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 역시 "형사상 범죄의 경우에는 고의가 있어야 하므로 아이들이 처음부터 출입이 금지된 장소인지 알고, 그런데도 들어가서 평온을 깨려고 하는 의사가 있어야 (침입이) 성립하는데 그런 의사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놀이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하다면 재물손괴 역시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놀이터
아파트 놀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일부 아파트가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거부한 데 이어 외부인의 놀이터 이용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 등 공동 주택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어 아예 놀이터와 같은 사유지 일부를 시민들이 공용할 수 있게 개방하는 취지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는 "최근 보행자가 못 다니게 경비원을 세워두는 아파트가 생기는 등 배타적인 사례가 나오는데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공공보행통로를 지정하듯 앞으로 신규 개발부터 단지 내 도로나 놀이터를 포함한 일부 시설은 공개공지 또는 준공공용지로 지정하는 것을 사업 조건으로 하는 등 공공에 개방하는 방향으로 법이나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anajjang@yna.co.kr

핫뉴스

전체보기

포토

전체보기

댓글 많은 뉴스

이 시각 주요뉴스

리빙톡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