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숨통 트이네요"…군용 요소수 공급에 주유소마다 장사진
송고시간2021-11-11 17:47
항만 인근 주유소에서 우선 공급, 화물차 한 대당 30ℓ씩 판매
오후부터 화물트럭·트레일러 구매행렬, "물량 적다" 불만도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전국에 요소수 품귀 사태가 빚어져 군 당국이 군 비축용 요소수를 민간에 대여한 11일 오후 인천시 중구 한 주유소 앞에 군용 요소수를 판매한다는 안내 푯말이 설치돼 있다. 2021.11.11 tomatoyoon@yna.co.kr
(인천.광양.부산=연합뉴스) 윤태현 형민우 김재홍 정경재 기자 =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네요."
정부가 품귀현상을 빚는 요소수 200t을 군(軍)에서 확보해 항만 인근 주유소에 우선 공급한 11일 오후.
인천항 근처 한 주유소 앞은 요소수 갈증에 시달리는 화물차량 운전자들이 한데 몰리면서 정체가 빚어졌다.
국군수송사령부 트럭에 실린 군 비축용 요소수가 도착하자, 운전자들은 앞다퉈 구매행렬에 동참했다.
요소수는 주유 장소에 정차한 화물차량 한 대당 30ℓ씩만 판매됐다.
자칫 발이 묶일뻔했던 일부 운전자들은 "지금 거의 바닥"이라며 그 자리에서 요소수를 주입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운전자들은 요소수를 넣기 위해 2∼4시간을 기다렸다고 입을 모았다.
한 운전자는 "이틀 동안 운행을 못 했는데 다행히 요소수를 넣고 부산으로 갈 수 있게 됐다"며 "이런 대란이 일어나지 않게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전국에 요소수 품귀 사태가 빚어져 군 당국이 군 비축용 요소수를 민간에 대여한 11일 오후 인천시 중구 한 주유소 인근 도로에 요소수를 주입하려는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1.11.11 tomatoyoon@yna.co.kr
주유소 5곳에 군 비축용 요소수 30t이 공급된 전남 광양항 인근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후 1시 45분부터 판매가 시작되자, 화물트럭 50여 대가 주유소 앞에 2㎞가량 줄지었다.
준비한 요소수는 2시간여 만에 동이 나 '요소수 대란'을 실감하게 했다.
긴 기다림 끝에 10ℓ들이 요소수 3통을 산 지종복(45)씨는 취재진을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지씨는 "하루에 요소수를 20ℓ가량 써야 운행할 수 있는데, 구하기 어려워 다음 주면 트럭을 세우려고 했다"며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인다"고 안도했다.
부산 남구 우암주유소 앞도 오후 2시 이전부터 요소수 판매소식을 들은 트레일러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운전자들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차량에 바로 넣거나 짐칸에 싣는 방식으로 요소수를 공급받았다.
요소수를 구한 화물차 기사 이모(51)씨는 "자동차 할부금을 내야 하는데 차가 멈추면 생활이 어렵다"며 "이제 보름 동안은 걱정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광양=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군이 보유한 요소수를 민간에 공급하기 시작한 11일 전남 광양시 골약동 한 주유소에 요소수를 사려는 화물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1.11.11 iny@yna.co.kr
어렵게 군 비축용 요소수를 산 운전자 대부분은 반색하는 눈치였지만, 넉넉하지 못한 물량에 만족하지 못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부산에서 충청도를 오간다는 천모(44)씨는 "볼보 등 수입 트레일러를 운행하는 기사들은 하루 800㎞를 운행하기 때문에 30ℓ로는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요소수 정보공유 온라인 카페에서는 군 비축분 등 재고가 지방을 중심으로 풀린 것에 대한 성토가 이뤄지기도 했다.
요소수 공급이 이뤄지는 동안 부산의 한 주유소에서는 공급대상이 아닌데도 찾아온 운전자가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고, 울산의 한 주유소는 "주변이 시끄러워지니 요소수를 받지 않겠다"며 판매를 거절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요소수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수급 조치를 발동하고, 군이 비축한 요소수 예비분 200t을 전국 5개 항만 인근 주유소에 우선 공급해 수출입 컨테이너와 화물차량의 운행을 돕겠다고 밝혔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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