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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벨라루스 대치에 추위·굶주림에 노출된 중동 난민

송고시간2021-11-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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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삶 꿈꾼 이주민들, 벨라루스-EU 갈등의 '체스말' 전락

플래카드를 든 이민자 소녀
플래카드를 든 이민자 소녀

2021년 11월 11일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벨라루스 그로드노 지역에서 한 이주민 소녀가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여긴 어린이들이 있어요. 우린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음식이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옛 소련권인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벌이는 정치·외교적 갈등에 '체스 말'로 동원된 중동 출신 이민자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는 현재 이민자 수천 명이 발이 묶인 채 월경을 막는 폴란드 보안요원과 대치하고 있다.

이라크 출신으로 이달 초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 도착했다는 슈완 쿠르드(33)는 "우리는 그저 EU에 도착해 삶을 향유하고 싶을 뿐이다. 우린 직업을 원한다. 우리 중엔 의사와 과학자, 교사 등 양질의 인력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주민들에게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은 난공불락의 장벽이나 다름없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9월 비상 상황을 선언하며 국경 지역에 인력과 장비를 증강 배치했고, 이달 8일 중동 출신 이주민 수백 명이 철조망을 끊고 폴란드 진입을 시도한 이후로는 감시가 더욱 강화됐다.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현재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의 분위기는 교전 지역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악화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와 대치하는 이민자들
폴란드 국경수비대와 대치하는 이민자들

2021년 11월 10일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벨라루스 그로드노 비역에서 유럽행을 원하는 중동 출신 이민자들이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폴란드 국경수비대와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 까닭에 실제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이주민은 운이 좋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의 이주민들은 이미 퇴로가 없는 처지에 놓였다.

폴란드로 갈 수 없는 건 물론, 다른 길을 찾기 위해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로 돌아가는 것도 벨라루스 국경수비대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오지도 가지도 못할 상황에 놓인 이민자들은 임시변통으로 지은 천막에서 하루하루 영하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쿠르드는 "어린아이와 고령자가 정말 많다. 일부는 병에 걸렸고, 걷지 못할 상황이 된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보급이나 의약품은 전혀 없다. 매일 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 정말, 정말로 춥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벨라루스는 이라크 등 중동국가에서 이주민을 데려와 폴란드와의 국경지대로 계속 밀어넣고 있다.

쓰러져 진료 받는 중동 출신 이민자
쓰러져 진료 받는 중동 출신 이민자

2021년 11월 11일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벨라루스 그로드노 지역에서 벨라루스 군의관이 건강이 악화한 중동 출신 이민자 여성을 진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9일 민스크 중앙 광장에 모인 중동 출신 이주민 300여 명은 곧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으로 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유럽행을 위해 비자를 발급받고 항공편 패키지를 사는데 3천∼4천 달러(약 350만∼470만 원)를 냈다. 이 중 일부는 국경감시가 강화된 폴란드 대신 리투아니아 등 다른 경로를 택하겠다고 했다가 벨라루스 군경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불쾌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작년 대선 부정 의혹과 관련해 EU의 제재를 받은 것을 계기로 EU와 갈등을 빚어왔다.

EU는 벨라루스가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이주민들의 유럽행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로 난민의 유입을 억제할 자금과 여력이 없다면서 EU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맞서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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