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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남의 아파트 놀이터'서 놀던 아이들이 잡혀갔다

송고시간2021-1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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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도둑 취급한 입주자 회장…뒤늦게 안 주민들 반발

아이 부모들, 경찰에 고소…아동복지법 위반 적용될까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의 자필 글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의 자필 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평온했던 인천의 한 아파트 놀이터가 갈등의 온상이 됐다.

최근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어린이들을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그는 "아이들이 기물을 파손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 부모들은 결국 회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입주민 긴급 대책 회의
입주민 긴급 대책 회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아이들에 "도둑" 발언한 입주자 회장…주민들 반발

지난달 12일 오후 7시께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한 아파트에서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인 A씨였다. A씨는 당시 경찰에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고 알렸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을 때 아이들이 놀이터 시설을 망가뜨린 정황은 없었다. 하지만 A씨는 이후 지난달 29일 열린 아파트 입주자대표 임시회의에서도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와 동 대표 2명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놀이시설 외부인 통제' 건이 찬성 2표, 반대 1표로 의결됐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입주민들은 재심의를 거쳐 지난 6일 이 조항을 삭제했다. 입주민들은 A씨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아파트의 명예까지 실추됐다고 반발하며 그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5개 동으로 이뤄진 이 아파트에서는 이번 논란을 전후로 대표 2명이 사퇴해 3개 동 대표만 남아 있다.


아이 부모가 올린 청와대 청원 글
아이 부모가 올린 청와대 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관리실에 아이들 데려간 회장…부모들 울분

부모들은 당초 협박과 감금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A씨의 언행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위험을 줄 수 있는 행위인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의 자필 글에는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휴대전화와 가방을 놓고 따라오라며 화를 냈다"며 "엄마한테 전화도 못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이는 "가기 싫다고 외쳤는데 이놈 ○○, 저놈 ○○ 등 (욕을 하며) 또 커서 아주 나쁜 큰 도둑놈이 될 거라고 했다"며 "그때 너무 무섭고 큰일 났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적었다.

안주영 안팍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3일 "놀이터에 가서 노는 것 자체가 범죄가 아니고 아이들은 이를 분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죄를 지었다'는 식으로 얘기해 겁을 준 것 자체가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한참 많고 지위도 입주자대표인 A씨가 경찰을 부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공포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라며 "협박죄도 성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협박죄는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경우 성립한다. 이때 상대가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느꼈는지 여부는 관계가 없다.

협박 의도의 여부와 상관없이 보통 사람이 공포심을 느낄 수준의 언행을 보였다면 협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아이들의 부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아이들은 개인 소지품조차 챙기지 못하고 회장을 따라 관리실로 갔다"며 "부모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모든 아이가 관리실에서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 잘못도 없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과만 받고 마무리하려 했다"며 "하지만 회장은 일방적인 주장만 하며 아이들에게 모든 원인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한 부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A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만 하면 다 덮겠다 했지만, 끝까지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조사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힐까봐 고소를 취하하려 했지만 그대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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