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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돌아보는 선조들의 전염병 대처법…'역병, 일상'전

송고시간2021-1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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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내년 2월까지 개최…장승 세우기 행사도 열어

천연두를 떠나보내는 '마마배송굿'에 사용한 짚말
천연두를 떠나보내는 '마마배송굿'에 사용한 짚말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두창(痘瘡)을 앓는 아이가 어젯밤에 증세가 매우 심해져 가래 끓는 소리가 밖까지 들렸으니 목숨을 구하지 못할까 염려되고 매우 걱정스럽다."

조선시대 후기 무관인 노상추(1746∼1829)는 1778년 12월 27일 일기에서 비통한 마음을 이같이 표현했다. 결국 병석에 있던 아이는 저녁 무렵 세상을 떠났다. '두창'은 한방에서 천연두를 뜻하는 병이다.

역병(疫病), 즉 전염병은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류를 괴롭히는 장애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이 지속하는 시점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을 공포에 떨게 한 역병과 질병 대처법을 다룬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역병 속에서도 일상을 지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역사와 민속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특별전 '역병, 일상'을 24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전시장은 역병이 반복된다는 의미에서 무한을 상징하는 기호인 '∞' 모양으로 꾸며졌고, 자료 158건 353점이 배치됐다.

역병에 관한 기록, 옛사람과 현대인이 역병에 대응한 자세, 역병 속에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벌인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

노상추 일기
노상추 일기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역병 상황을 알려주는 기록 중에는 국사편찬위원회가 보관 중인 '노상추 일기'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있는 '묵재일기'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묵재일기는 묵재(默齋) 이문건(1494∼1567)이 쓴 일기다.

개인의 일기뿐만 아니라 조선이 생산한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는 '두창'과 '여역'(돌림으로 앓는 열병)이라는 단어가 빈번히 등장한다.

나훈영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정사(正史)와 일기에 두루 나오는 역병 기록은 고단했던 인간 생활을 선명히 드러낸다"며 "묵재일기와 노상추 일기를 보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역병에 대한 인식과 치료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연두를 두려워한 사람들은 '마마배송굿'이라는 의식을 통해 역병이 도는 것을 막고자 했다. 역병을 싣고 떠날 말인 상마(上馬)를 짚으로 만든 뒤 굿을 하고 무속 도구와 짚말을 태웠다.

전시에서는 짚말과 함께 천연두 예방을 위해 종두(種痘·백신 접종)를 강조한 20세기 초반 선전가(宣傳歌) 자료,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프랑스 인류학자 샤를 바라가 책 '조선기행'에서 소개한 조선인의 이색 콜레라 처방도 볼 수 있다. 조선기행에 따르면 조선인은 콜레라를 쥐로부터 유발한 통증으로 여겨 대문에 고양이 그림을 붙였다.

두창 예방 선전가
두창 예방 선전가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전염병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다시 함께하는 가치'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조선시대 시골 양반이 역병으로 흉흉해진 마을이 안정되기를 바라며 지은 제문(祭文)과 오늘날 동네를 도는 자율방범대의 방역 활동이 잇닿아 있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나 연구사는 "역병은 인류의 역사에서 반가운 존재는 분명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역병이 유행할 때마다 우리는 일상을 되찾기 위해 지혜를 함께 생각하고 발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전시 개막에 앞서 이날 오전 야외 전시장 장승동산에서 코로나19 퇴치를 기원하며 장승제를 지낸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엄미2리에서 만든 높이 2m 안팎의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 솟대를 설치한다.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장승제를 올리지 못한 엄미2리 마을 주민들이 의례를 진행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역병, 일상' 전시 풍경
국립민속박물관 '역병, 일상' 전시 풍경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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