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제보 검색어 입력 영역 열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영안실 가득차 시신 복도에'…루마니아, 반백신 정서에 신음

송고시간2021-11-23 16:35

댓글

매일 수백명 죽지만 접종률 36%…"허위정보·종교 탓에 반백신 정서 강해"

루마니아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옮기는 장례식장 직원
루마니아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옮기는 장례식장 직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아요."

동유럽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대학 병원 간호사인 클라우디우 이오니타는 영안실에 가득 찬 들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들것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이 검은 비닐백에 싸인 채 실려 있었다.

이 영안실은 시신 15구를 안치할 수 있지만 CNN 방송 취재진이 방문한 날 병원은 시신 41구를 받았다.

자리가 없는 나머지 26구의 시신이 검은 비닐에 덮인 채 들것에 실려 병원 복도에 늘어섰다.

병원은 집중 치료가 필요한 코로나19 환자용 병상을 늘렸지만, 이날 병상은 한 자리를 빼고 가득 찼다. 빈자리도 막 사망해 영안실에 안치된 환자가 있던 공간이었다.

해당 병원은 루마니아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받는 가장 큰 의료시설이지만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이같이 루마니아가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신음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2천만의 루마니아에서 최근 확진자가 하루에 수천명이 쏟아지고 있으며 지난달 19일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8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사망자도 지난 9월 말부터 매일 100명 이상 나오는 중이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도 루마니아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인구 비율은 이날 기준 36%가 안 된다.

당국과 의료계 종사자는 국민의 종교적 신념이 강고하고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가 퍼진 탓에 반(反) 백신 정서가 만연해 접종이 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의료진인 알렉산드리아 문테아누는 "나를 포함해 많은 의사가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일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이 질병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9월 말부터 사망자가 수백명대로 급증한 루마니아
9월 말부터 사망자가 수백명대로 급증한 루마니아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그러나 루마니아에서 백신의 효과성과 안정성이 이미 입증됐는데도 여전히 소셜미디어와 TV 프로그램에서 공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유명한 백신 반대론자인 디아나 소소아카 상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자녀를 사랑한다면 백신 접종을 멈춰라. 아이들을 죽이지 말라"고 주장했다.

당국과 의료진은 이런 공인들이 나서 접종 확대를 방해하는 데 분개한다.

전국적 백신 접종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발레리우 게오르기타는 "중환자실이 환자로 가득 찼고, 신규확진자가 많은데 불행하게도 매일 수백명이 죽는다. 이것이 현실"이라면서 "90%가 넘는 사망자가 미접종자"라고 밝혔다.

백신 거부 현상은 지방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지방 접종률은 도시 지역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방에서는 지역 종교 지도자가 행정을 이끄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 백신 접종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접종률이 가장 낮은 지역인 북동부 수체아바의 한 의사는 "이 지역은 종교적 전통이 강하고 신실한 사람이 많다"면서 "접종에 찬성하는 성직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수체아바 외곽 마을인 보산치의 시장직을 수행하는 목사 네쿨라이 미론 역시 지역 내 강경한 백신 반대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백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이 많기에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검증을 원하는 것"이라면서 "백신 성분이 아주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은 이런 시골 지역에서 빈곤과 낮은 교육 수준, 종교적 신념 등이 지역 지도자 개인의 영향력과 합쳐져 접종 확대를 방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지역 목사는 "우리 교회에는 코로나19에 걸려 앓은 사람이 없다. 코로나19로 죽은 사람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쿠레슈티 대학병원에 사망자가 몰린다는 소식을 듣고도 "나는 들리는 소식이 아니라 내가 직접 본 것을 믿는다"고 답했다.

저조한 루마니아의 백신 접종률
저조한 루마니아의 백신 접종률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pual07@yna.co.kr

핫뉴스

더보기
    /

    댓글 많은 뉴스

    이 시각 주요뉴스

    더보기

    리빙톡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