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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스포츠 즐기는 다문화 청소년 더욱 많아지길"

송고시간2021-11-2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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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 축사한 전 농구 국가대표 이승준

"차별은 무지에서 비롯돼…함께 어울리면 극복하리라 믿어"

(고양=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스포츠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승리를 목표로 함께 뛴다는 사실이 큰 매력이잖아요. 만약 친구와 어울리기 힘들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아이들이 있다면 꼭 체육 활동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남자농구 국가대표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던 이승준(44) 씨는 "소속된 스포츠팀이 생긴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27일 열린 '2021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에 출전한 선수단을 격려하고자 경기 고양체육관을 찾은 이 씨는 "항상 (나와 비슷한 배경의) 다문화 아동·청소년에게 관심이 많았다"며 "오늘 대회를 계기로 아이들이 자신감을 느끼고 세상 앞에서 당당히 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축사하는 이승준
축사하는 이승준

(고양=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7일 경기도 일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에서 전 남자농구 국가대표 선수 이승준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21.11.27 superdoo82@yna.co.kr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 씨는 2007∼2008시즌 에릭 산드린이라는 이름의 외국인 선수로 국내 프로농구에 데뷔했다.

이후 2009년 신설된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서울 삼성에 지명돼 프로농구와 인연을 본격적으로 맺은 그는 2016년까지 국내 무대를 주름잡았다.

2009∼2010시즌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서 네 번이나 챔피언에 올라 이 부문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의 덩크슛 하이라이트를 담은 유튜브 영상은 100만 조회 수를 넘을 정도로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를 둔 여자프로농구 스타 김소니아(29·아산 우리은행)와 결혼하며 유명인 다문화 가족으로 조명받기도 했다.

이 씨는 "아직 신혼이긴 하지만, 최근 프로농구가 개막하면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어졌다"며 "난 이미 은퇴한 몸이니 열심히 외조에 힘쓰는 중"이라고 웃었다.

연합뉴스 전국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 축사하는 이승준
연합뉴스 전국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 축사하는 이승준

(고양=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7일 경기도 일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에서 전 남자농구 국가대표 선수 이승준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21.11.27 superdoo82@yna.co.kr

현역 시절부터 다문화 청소년의 경기 관람을 지원하거나, 다문화 어린이 자선 행사에 꾸준히 참여한 그는 "낯선 나라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미국에 살 때 주변 친구들에게서 '넌 우리나라 사람 아니잖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여린 마음에 상처도 많이 받았죠. 프로선수로 브라질, 카타르, 프랑스, 포르투갈,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뛰면서 소외감도 느꼈고요."

그는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을 때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었다"며 "만약 문화 차이나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누군가에게 일단 털어놓으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를 둔 여자프로농구 스타 김소니아(29·아산 우리은행)와 결혼한 이승준. [본인 제공]

지난해 10월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를 둔 여자프로농구 스타 김소니아(29·아산 우리은행)와 결혼한 이승준. [본인 제공]

이 씨는 다문화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이주민이나 가정환경이 어려운 자녀를 대상으로 한 체육 지원사업 덕분에 그 역시 농구를 배울 수 있었다.

"보통 다문화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주변의 시선 등으로 상처를 받으면서 대인관계에 소극적인 경우가 있거든요. 팀 스포츠를 통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케미'(케미스트리·궁합)도 다지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씨는 "나 역시 어릴 때 배운 농구 덕분에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며 "큰 사랑을 받았고, 아내를 만났으며, 지금 한국에 이렇게 정착해서 잘살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한국과 중국의 결승전에서 이승준이 덩크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한국과 중국의 결승전에서 이승준이 덩크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면서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은 '태극마크'"라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동생(이동준)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며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서 더 연습했고, 귀화 시험도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 눈물이 나올 만큼 감동했다"며 "그 순간이 나에겐 크리스마스보다 훨씬 소중하고 기쁜 날이었다"고 웃었다.

앞으로 다문화 청소년을 비롯해 누구나 즐겁게 농구를 즐길 수 있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싶다고 밝힌 그는 "나와 다를 거라고 여겼던 이들과 한데 어울리다 보면 차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리라 믿는다"며 "차별은 무지에서 나온다. 오늘 다문화 배드민턴대회가 더욱 감사한 이유"라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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