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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화사 속 '빌런 전문배우' 조명…"증오의 씨앗 심어줘"

송고시간2021-12-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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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TV, 배우 강홍식·방석운·태을민·리원균 등 소개

북한 영화 '최학신의 일가'의 미국인 선교사 캐릭터
북한 영화 '최학신의 일가'의 미국인 선교사 캐릭터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원수의 형상이 가증스러울수록 긍정적인 인물들이 살아나고 빛난다."

영화 관객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증오를 끓어오르게 하는 독한 악역들이 최근 북한에서 주목받고 있다.

4일 조선중앙TV는 미국인 선교사나 일제강점기 시절의 일본 순사, 농민을 수탈하는 지주 등 북한이 '계급적 원수'로 칭하는 인물을 도맡아 연기한 악역 전문 배우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방송은 이들을 '증오로 원수를 단죄한 영화인들'이라고 칭하며 "계급적 원수들에 대한 연기 형상을 인상 깊게 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고 추켜세웠다.

대표적인 배우로 북한 최초의 영화 '내 고향'을 연출한 감독이자 영화 '최학신의 일가'에서 미국인 선교사 '리처드'를 연기한 배우 강홍식을 언급했다. 북한의 명작으로 꼽히는 '최학신의 일가'는 친미 교육을 받은 주인공이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내용이다.

방송은 강홍식이 연기한 리처드를 "겉으로는 자선과 박애, 인도주의를 표방하지만, 속으론 매우 음흉하고 교활한 양면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강홍식이 감독임에도 리처드 역할을 자진해서 맡았다며 "그가 영화에서 부정 인물의 연기 형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강홍식이 '교활하고 표독스러운 미국 선교사' 역을 실감 나게 연기해 미국을 숭배하던 주인공의 몰락과 깨달음을 더욱 부각할 수 있었고, 관객들도 한결같이 그를 미워함으로써 확실한 반미 감정을 심어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 영화배우 방석운이 직접 쓴 수기의 일부
북한 영화배우 방석운이 직접 쓴 수기의 일부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방송은 이어 '착하고 좋은 역할'을 맡고 싶어 하는 인지상정의 마음을 누르고 누구나 미워할 만한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애환도 전했다.

방송은 간첩 연기를 도맡아 한 배우 방석운의 자식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다가 아버지의 연기를 부끄러워하며 자리를 피한 일화를 소개했다.

방석운이 "나 하나의 부끄러움, 자식들의 부끄러움 때문에 훌륭한 영화에 나오지 못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면서 "계급의 칼날을 서슬푸르게 버려주는 숫돌이 된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쓴 수기 내용도 덧붙였다.

이 밖에도 영화 '흥부전'에서 심술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은 놀부 역할을 한 데 이어 영화 '내 고향'에서 농민을 수탈하는 악독한 지주를 연기한 태을민, 40여 년간 영화 70여 편에 출연하면서 주로 악역만 맡은 리원균 등을 대표적인 배우로 언급했다.

방송은 이들에 대해 "자다가도 소스라칠 만큼 적의감을 불러일으키는 하나하나의 이름들"이라며 "사랑의 씨앗만이 아니라 증오, 복수, 신념의 씨앗을 심으라고 후대들에 외치고 싶었던 배우들"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노동당 내 전문부서로 '문화예술부'를 신설하는 등 문화예술을 통한 주민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외부문물을 철저히 차단한 가운데 직설적인 선전보다 노래와 문학작품 등을 앞세운 연성 선전으로 세대를 아우는 체제 결속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경 봉쇄와 제재 장기화, 자연재해 등 악재가 겹치면서 민생이 어려워지자 민심 이반을 우려한 듯 사상 교육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북한 영화 '흥부전'에서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는 놀부
북한 영화 '흥부전'에서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는 놀부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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