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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아프간 탈출 지원은 총체적 부실…수만명 기회 놓쳐"

송고시간2021-12-0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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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외무부 관료 폭로…"무책임·관료주의·주먹구구식 대응 점철"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영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함락되기 직전 아프간 국민을 탈출시킬 때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해 결과적으로 수만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내부 고발자의 증언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일 이같은 내용의 전직 영국 외무부 공무원 라파엘 마샬의 증언 내용을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마샬의 고발을 접수해 내부 감찰을 진행 중이며, 최근 마샬은 정부에 당시 상황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했다.

출국 기회 꿈꾸며 카불 공항 주변 맴도는 아프간인들
출국 기회 꿈꾸며 카불 공항 주변 맴도는 아프간인들

(카불 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외곽에 국외 탈출을 원하는 주민들이 모여 있다. 공항 주변에는 수천 명의 주민이 출국 기회를 희망하며 며칠째 진을 치고 있다. jsmoon@yna.co.kr

마샬은 9월 아프간이 탈레반에 의해 점령되기 직전 영국 외무부 특별 임무팀 소속으로 탈레반 국민의 비상탈출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당시 외무부 담당자들의 무책임과 관료주의, 계획 부재 등 총체적인 난맥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대피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고 수뇌부도 탈출 임무와 관련한 중요 결정을 미루면서 시간만 끌었다고 폭로했다.

마샬은 진술서에서 아프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외교부에서 유일하게 아프간 대피 업무를 맡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탈출을 신청한 아프간인들이 보낸 메일 중 읽지 않은 것이 수천통에 달했지만 당시 담당자는 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런 난리통에도 불구하고 당시 외교부 공무원들은 '하루 8시간 노동' 원칙은 철저히 지켰다고 한다.

이 외에도 당시 공무원들은 관련 전산망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아프간 언어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으며, 그 와중에 미국과의 업무 협조도 잘되지 않았다고 마샬은 털어놨다.

그는 누굴 대피시켜야 할지 기준이 명확하게 하달되지 않아 완전히 작위적으로 탈출 대상자를 골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피 신청자의 메일을 대충 훑어보면서 말 그대로 지원자들에 대한 생사 결정을 직접 내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공항에선 군인들이 누굴 비행기에 태워야 할지 알지 못해 이름 순서대로 분류해 대피 대상자를 정했다고 한다.

마샬은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던 도미닉 라브가 이와 같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여러 건의 시급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미루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라브 장관이 마샬의 이같은 증언 때문에 최근 다른 부처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9월 개각을 통해 외교부 장관을 리즈 트러스로 교체했다. 라브는 현재 법무부 장관 겸 부총리다.

마샬은 "라브 장관은 즉각 결정하기보다는 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며 시간을 끌었다"며 "왜 그가 직접 결정하지 않고 미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관의 결정의 늦어지면서 많은 아프간인이 탈출 기회를 놓쳤고, 해당 팀은 결국 장관의 결재를 기다리다 못해 일부 사안에 대해 먼저 조치하기도 했다고 마샬은 설명했다.

영국은 정작 아프간 국민 구조에는 더디면서도 그곳의 유기 동물은 적극적으로 탈출시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마샬은 "동물들이 구조될 때 분명히 그 때문에 탈출하지 못한 영국인과 영국 군인들을 도운 아프간인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먀샬은 당시 7만5천~15만명의 탈출 신청자가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영국과 관련성 때문에 위험에 처했고 도움을 요청할 자격이 있었지만 그들 중 고작 5%만이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가디언에 "정부는 당시 1만5천명을 아프간에서 구출하기 위해 쉼 없이 일했다"며 "유감스럽게도 모든 이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작전이 끝난 이후에도 3천명 이상을 탈출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브 장관의 측근은 "당시 중요한 것은 대상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공항까지 안전한 이동을 지원하는 것이었지,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라며 "당시 우리 팀은 항상 생명을 구하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해명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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