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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BJ에게 후원한 별풍선 돌려받을 수 있나

송고시간2021-12-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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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상 증여계약이어서 특별한 사유없으면 환불 어려워

미성년자·피성년후견인인인 경우 돌려받을 여지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1인 미디어'로 불리는 인터넷 개인방송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크고 작은 분쟁과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이 개인방송 진행자(BJ)에게 선물한 유료후원아이템을 둘러싼 분쟁이 대표적이다. 최근 조울증을 앓는 성인 자녀가 각종 대출을 받아 BJ들에게 제공한 1억2천만원 상당의 별풍선을 돌려달라며 요구한 아버지의 사연이 보도됐다.

여기에는 "부모가 관리를 잘했어야지" "성인이고 병이 있다고 하나 책임져야지" "그냥 환불해 줘라" "별풍선 자체를 없애라" "1인당 별풍선 한도를 낮춰라"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그렇다면 미성년자나 질병으로 판단력이 부족한 인터넷 이용자가 충동적으로 제공한 유료아이템은 환불받을 수 없는 걸까?

인터넷 개인방송
인터넷 개인방송

[연합뉴스 사진자료]

별풍선, 슈퍼챗, 캐시, 쿠키 등으로 불리는 유료후원아이템은 보통 1개당 100~1천원인데, BJ들에게 주된 수입원이어서 일부는 고액의 아이템을 후원받고자 갖가지 자극적인 언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후원액이 큰 이용자는 BJ 등으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다 보니 과시욕 때문에 아이템 쏘기에 몰두하다 분쟁과 사건에 휘말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터넷방송 플랫폼은 그 사이에서 최대 40%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엔 11살짜리 초등학생이 BJ들 후원금으로 엄마 통장의 전세보증금 1억3천여만원을 휴대전화로 결제해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다. 여성 BJ의 환심을 사려다 돈을 탕진하고 강도살인을 저지른 20대 남성과 회삿돈을 빼돌려 남성 BJ에게 1억5천만원어치의 별풍선을 쏜 20대 여성도 있다.

법률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료후원아이템을 구매해 BJ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민법상 매매 및 증여계약으로 볼 수 있으며, 아이템 구매는 전자상거래 행위에도 해당한다.

법무법인 강남의 이남수 변호사는 "별풍선 충전은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어서 취소해 환불받으려면 원칙적으로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충전 시부터 7일 이내는 아무런 사유 없이 단순 변심으로도 구매를 철회할 수 있다"며 "하지만 별풍선을 선물하는 등 이미 사용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법(17조)에는 통신판매업자와 구매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재화를 공급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재화나 포장을 훼손하거나 디지털콘텐츠 제공이 개시된 경우 등은 제외된다.

이남수 변호사는 "BJ에게 유료아이템을 선물한 행위는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 증여계약이어서 7일 이내라도 이유 없는 철회가 불가하다"며 "다만 사기나 강박으로 인해 선물한 경우는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별풍선
별풍선

[연합뉴스 사진자료]

그러나 이용자가 미성년자라면 유료아이템을 BJ에게 선물한 뒤라도 민법에 따라 결제 금액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신적 제약으로 가정법원 심판으로 후견인이 지정된 피성년후견인도 마찬가지다.

민법 5조는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부모 등)의 동의 없이 한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10조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비춰보면 조울증 아들이 BJ들에게 제공한 1억2천만원어치의 별풍선도 돌려받을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러려면 아들이 피성년후견인 등 제한능력자로 인정돼야 한다.

법무법인 주한의 송득범 변호사는 "조울증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 법률행위 취소를 인정한 판례는 찾기 어렵다"며 "아들이 별풍선 구매를 위해 여러 군데 나누어 까다로운 대출을 실행하고 부모에게서 수백만원을 빌리기까지 한 것으로 볼 때 취소 사유가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먹방 BJ
먹방 BJ

[연합뉴스 사진자료]

하지만 미성년자를 포함한 제한능력자가 한 매매나 증여라 해도 취소하는 데는 중요한 제약이 있다. 민법 17조는 제한능력자가 속임수로써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하거나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믿게 한 경우는 그 행위를 취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미성년 자녀가 부모 명의의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로 유료아이템을 결제하면서 사업자를 속여 알 수 없게 만들었다면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법원에서는 미성년자의 속임수를 엄격히 해석하기 때문에 환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법무법인 정향의 민경현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속임수를 인정하는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해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도용하는 것과 같이 적극적으로 속인 경우에만 속임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며 "단순히 미성년자가 부모님의 동의 여부란에 체크를 하거나 부모님의 카드를 이용해 결제했다는 사실만으로 규정상 속임수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사실관계 입증과 법 적용 문제가 있어 분쟁이 격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부모 신용카드가 등록된 휴대전화로 미성년자가 결제하는 경우 부모 쪽 과실보다 사업자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한다"며 "명백한 미성년자의 계약인데 사업자 확인 없이 결제됐다면 환불해야겠지만 사업자가 알 방법이 없었다면 적정선에서 합의할 수 있도록 중재한다"고 전했다.

11살 손주가 지난 4월부터 18차례에 걸쳐 총 800여만원어치의 게임아이템을 휴대전화로 결제한 것을 안 할머니가 환불을 요구하자, 사업자가 거부했다가 소비자원 중재로 결제액의 50%를 환불하기도 했다.

민경현 변호사는 "별풍선을 BJ에게 주는 행위는 민법상 증여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방송사업자가 일정 수수료를 제하고 주기 때문에 3자간의 무명계약(비전형계약)의 일종으로 봐야한다"며 "일반적으로 미성년자의 경우 BJ나 사업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환불 가능성이 크지만 성인은 거래 약관에 취소 특약이 존재하지 않는 한 환불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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