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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내년부턴 남녀 성비 안 맞으면 채용 취소된다?

송고시간2021-12-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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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앞서 일각에서 우려·반발

법 개정 취지는 '성차별 구제신청 개선'…노동위가 심판관 역할

전문가들 "성비 안 맞는다고 성차별로 단정하긴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내년부터는 채용, 승진, 임금, 해고 등 고용상 성차별로 인한 피해를 노동분쟁 중재기구인 노동위원회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선언에 그쳤던 고용상 성차별 금지가 제도로 안착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고용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잉규제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단지 남녀 성비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마무리된 채용·승진이 취소될 수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관련 기사에는 "결국 여성채용할당제" "남성차별" "자유로운 경쟁 어디 갔냐" 등 불만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런 불만의 타당성이 있는지 차근차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남녀 고용 불평등 (PG)
남녀 고용 불평등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우선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이 내년 5월 19일부터 시행되면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 지난 5월 법 개정으로 26조(차별적 처우 등의 시정신청), 27조(조사·심문), 28조(조정·중재), 29조(시정명령) 30조(입증책임) 등이 신설됐는데, 여기에는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노동위 구제 절차가 담겼다.

성차별을 금지하는 조항(7~11조)은 이미 존재하고 위반 시 사업주를 징역이나 벌금에 처하는 처벌 규정(37조)도 있다. 다만 이를 적용할 구제 절차가 법제화되지 않아 제 기능을 못 하던 것을 보완한 것이다.

이는 개정법 시행 전인 지금도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성차별을 하지 않을 법적인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성차별 피해자가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구제 수단이 없어 실효적인 구제제도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개선했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차별적 처우를 받은 근로자는 6개월 이내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으며, 노동위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사·심문을 한 뒤 시정명령이나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하고 조정·중재를 할 수도 있다. 노동위의 시정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도 추가됐다.

말하자면 노동위가 고용상 성차별 분쟁의 심판관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성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법리는 변한 것이 없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세미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세미나

[연합뉴스 사진자료]

남녀고용평등법 7조에는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때 금지 대상에는 유·무형의 차별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이 법 2조에는 성별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근로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불리한 조치를 하는 행위를 '차별'로 정의해 놓고 있다. 그러면서 동일한 채용·근로 조건을 적용해도 특정 성에 현저히 불리한 결과가 초래됨에도 그 정당성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도 차별에 포함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차별 사유가 드러난 전자를 '직접차별', 그렇지 않은 후자는 '간접차별'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최근 우려가 제기된 것은 간접차별이다.

일테면 개정법이 시행되면 동일한 기준과 절차를 거쳐 신입사원을 선발했는데 남녀 성비 차가 생긴 경우 노동위에서 차별(간접차별)로 판단해 성비를 조정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릴 수가 있고 그러다 보면 기존 합격자의 채용이 취소돼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실제로는 직원 채용 시 남녀 성비를 똑같이 맞추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로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정상태 변호사는 "차별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정당화될 수 있다"며 "그러한 편중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간접차별에 대해 '통계적으로 한쪽 성별에 편중되는 결과가 반복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무조건 성차별로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노동부 관계자는 "간접차별이 인정되기 위해선 외관상 성별 중립적 기준을 적용해 특정 집단에 불리한 효과가 발생하고 그 기준에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아야 한다"며 "통계적인 수치상 성비에 차이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차별로 판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접차별은 아직 법원 판례 등 사례가 거의 없어서 합리적인 판정 기준이 정립되려면 사례가 축적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용 한파(CG)
고용 한파(CG)

[연합뉴스TV 제공]

노동위가 채용상 성차별 판정을 내린 경우라도 채용 자체를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갈린다. 정상태 변호사는 "법 시행 전이라 노동위 판단을 예단할 순 없지만 일반적인 노동위 권리구제 신청에서 시정명령 효력 범위가 권리구제 신청자에 한정되는 것에 비춰보면 채용 시 성차별에 대한 시정명령도 다른 사람의 권리까지 박탈하는 수준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법무법인 태림의 오상원 변호사는 "권리구제 대상은 신청 당사자지만 기업에 추가 채용 여력이 없다면 성차별적 채용에서 혜택을 본 누군가의 합격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수의 채용 탈락자가 구제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질 경우 합격자 전원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설된 남녀고용평등법 29조의2는 성차별이 인정될 경우 노동위가 내릴 수 있는 시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차별적 처우 등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취업규칙·단체협약 등 제도개선 명령 포함)' '적절한 배상' 등 3가지를 언급하면서 배상액은 손해액의 3배까지로 규정했다.

채용취소가 법에 시정명령 내용으로 명시돼 있진 않다. 노동위의 법 해석과 판단에 따라선 채용취소가 시정명령에 포함될 수 있지만 기업의 채용 권한을 인정해 배상 명령 등이 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시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권한을 가진 노동위에서 영역별로 검토 중"이라며 "채용상 차별에 대한 시정명령에 채용 취소까지 포함될지 여부 등 세부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도 "시정명령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는 쟁점 사항"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오상원 변호사는 "채용상 성차별은 직장 내 괴롭힘처럼 선례나 판례가 없어서 초반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판단 기준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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