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천500여명 떠났는데…태백에 청년 임대아파트 짓자고요?
송고시간2021-12-22 14:05
"조속 추진하라" SNS 게시글에 "수요 있나?", "일자리 우선" 댓글
태백시 '청년 복지 확대' 이상과 '수요 부족 걱정' 현실서 고민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강원 태백시는 지금이라도 조속히 국토부의 행복주택 공모사업과 강원도형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하라'
2021년도 태백시 행정사무 감사 등에서 "시가 국·도비 지원을 받는 강원도형 공공임대주택 건립 사업 공모에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청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이한영 태백시의회 의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내용이다.
그러나 댓글의 내용은 '직무 유기 여부'보다는 '주택 수요 문제'에 쏠렸다.
강원도형 공공임대주택의 입주 대상사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 등 젊은 층이다.
한 시민은 "거주할 수 있는 청년들이 (태백에) 있을까요"라며 수요 부족을 우려했고, 또 한 시민은 "집만 지어놓으면 뭐 해요…먹고살 게 있어야지"라며 일자리 부족을 지적했다.
◇ 태백 청년인구 감소율, 전체 인구 감소율의 두 배
이들 우려와 지적은 태백의 현실이다.
이원학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2021년 폐광지역 발전포럼 주제발표 '폐특법 개정, 폐광지역 발전을 위한 과제'를 보면 태백시는 폐광지역이고, 강원도에서 심각한 청년인구 유출을 겪는 지역이 바로 폐광지역이다.
최근 21년간(1997∼2018년) 경기도의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는 각각 2.1배와 2.4배 증가했지만, 강원 폐광지역은 경기도의 절반 수준인 각각 1.2배와 1.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0년 태백시 사회조사보고서에서도 시민의 42.4%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장 우선으로 시행할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시민 A(39) 씨는 "일자리를 구해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그다음 단계인 주택 마련 등 주거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며 "일자리가 없으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2017년 11월 말∼2021년 11월 말) 태백의 청년(만 19세∼만 34세) 인구는 6천763명에서 5천269명으로 22%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태백 인구 감소율 11%의 두 배다.
◇ 태백시도 '복지 확대'와 '수요 걱정' 사이에서 고민
이 때문에 분양 실패 위험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김주영 희망 태백 21 회장은 "시비 부담이 있는 만큼 국비 지원 사업이라고 무조건 추진했다 실패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자체 몫"이라며 "공급과 수요에 대한 면밀한 사전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강원도형 공공임대주택 사업비 매칭 비율은 국비 39%, 도비 8%, 시비 43%다.
현재 태백에는 민간아파트 1천226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고, 2023년에는 공공아파트 189가구 건립 사업이 완공 예정이다.
이들 아파트 1천415가구는 11월 말 기준 태백시 전체 2만788가구의 약 7%에 해당한다.
태백시도 '청년 복지 확대'라는 이상과 '수요 부족 걱정'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위기다.
태백시 관계자는 22일 "국토교통부 행복주택의 공모는 2022년 4∼5월 예정"이라며 "그러나 현재 청년인구 감소 속도를 고려할 때 앞으로 4∼5년 이후 전용면적 60㎡ 안팎(15∼20평)의 임대아파트 수요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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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12/22 14: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