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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공수처의 통신조회 사찰 논란 '유감', 권한행사 절제해야

송고시간2021-12-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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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언론·정치인·일반인에 대해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조회했다는 '사찰' 논란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는 24일 입장을 내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통신 자료 조회 논란 등을 빚게 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공수처는 "수사상 필요에 의한 적법한 수사 절차라 해도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없는지, 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수처의 이 정도 유감 표명으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입장이 공개된 이후인 24일 오후에도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달 초순부터 불거진 공수처의 사찰 논란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언론 관련 단체의 비판 성명과 야당의 공수처장 사퇴 촉구가 잇따르며 확산하는 양상이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 4개 단체는 23일 공동 성명을 내 "공수처가 현재까지 15개 언론사 법조팀 기자를 포함해 정치부 기자, 영상 기자 등 현직 기자 60여 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취재 목적 혹은 개인적 사유로 통화한 언론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통신 조회는 헌법상 보장된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 자유를 위협해 국민의 알권리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4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소속 의원 26명이 공수처의 통신 기록 조회 대상으로 확인됐다며 "야당 정치인을 향한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 조회는 수사 사안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공수처가 작정하고 야당 정치인을 불법 사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5일엔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이 공수처의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 교수 다수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거론하며 "명백한 민간인 사찰"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의 이번 사찰 논란은 지난 8일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가 공수처의 통신 자료 조회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히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김 회계사를 필두로 기자들이 잇따라 이동통신사에 자료 제공 현황을 요청했고, 공수처가 10여 개 언론사 기자 수십 명을 상대로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의 이른바 '이성윤 황제조사'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기자의 어머니, 해당 기자와 통화한 외교 전문가 등도 조회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가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 TV조선 기자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자와 통화한 이들의 통신자료까지 함께 조회된 것이라는 얘기다. 공수처는 '황제 조사' 보도에 활용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검찰 관계자가 유출한 정황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통화내역을 확보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언론 사찰' 아니냐는 반발을 초래했다. 더욱이 공수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한 언론사 취재기자의 통신 내역을 확보한 것은 보복 수사처럼 비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공수처는 13일 "수사 과정에서 나온 휴대전화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며 수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과정일 뿐, 사찰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사찰 논란이 더욱 커지자 24일 유감 표명을 통해 머리를 숙였다.

공수처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란 초심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김 공수처장이 1월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권한을 맡겨주신 국민 앞에서 항상 겸손하게 자신의 권한을 절제하며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공수처가 사찰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보여 준 '버티기'식 행태는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공수처는 이제라도 조직을 재정비하고 투명성과 진정성 있는 태도로 사찰 논란에 대처하기 바란다. 한편 이번 사찰 논란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통신사로부터 받는 관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됐다. 여야는 차제에 이런 문제에 대한 법적 재정비 방안을 검토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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