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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공정위 조건에 "실효성 부족" vs "가혹"

송고시간2022-01-0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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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운수권은 회수 못할 듯…대한항공 노조 "고용 불안 우려"

해외 결합심사도 '난관'…공정위 "해외당국 만만하게 심사 안해"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잠정 결정한 가운데 승인 조건을 두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 간 공정한 경쟁 촉진과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정위가 승인 결정을 위해 사실상 실효성이 부족한 조건을 내걸었다는 지적과 가혹한 조건으로 인해 국가의 항공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슬롯(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을 조건으로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내용이 담긴 기업결합심사 심사보고서를 대한항공에 발송했다.

운수권과 슬롯을 회수하는 노선의 규모가 클수록 독점 방지 효과가 커지지만 반대로 규모가 작을 경우 통합항공사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는 대신 독점 폐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조건부 승인…슬롯 반납ㆍ운수권 재배분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조건부 승인…슬롯 반납ㆍ운수권 재배분

[연합뉴스 자료사진] jjaeck9@yna.co.kr

◇ 장거리 노선 독점 해소는 어떻게?…"부족한 공정위 조건"

단거리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으로부터 회수한 운수권을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에 재배분하면 독점이 해소될 수 있지만, LCC가 운항하지 못하는 장거리 노선에 대해서는 운수권을 회수할 수조차 없다.

공정위는 LCC와 외항사의 운항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상당수 노선에서 통합 항공사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LCC가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 대형기를 도입하는 등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외항사가 운항해야만 장거리 노선에서 통합 항공사의 독점을 해소할 수 있지만, 자국민의 한국행이 많지 않은 외항사가 인천 노선 운항을 확대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운수권 배분 등의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불필요한 일부 노선에 대해서는 운임 인상 제한, 공급 축소 금지 등의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운수권 배분 등의 조치만으로 독점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제도적인 운임 인상 제한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항공권 가격은 항공사가 임의대로 조정할 여지가 많다. 대한항공이 국토교통부에는 항공권 정가를 신고한 뒤 좌석 클래스를 세분화해 추가 운임을 받거나 기존 할인 혜택을 축소해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재벌개혁본부 국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LCC를 독립시키는 것이 필요했다"며 "공정위가 독점을 해소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회생 불가능한 부실기업이 아님에도 결합을 승인한 것은 공정위가 소비자 보호라는 본연의 업무를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항공사 임원은 "신규 진입이 어려운 항공업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1·2위 기업 결합 때 독점을 완전히 방지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독점이 예상된다면 합병을 불허하면 되지만, 승인하려다 보니 이러한 조건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가혹한 조건에 고용 불안…해외 결합심사 더 엄격할 듯

대한항공은 승인 조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공정위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승인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면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의 승인 조건대로라면 정부는 통합 항공사가 주 17회 운수권을 보유한 인천~런던 노선에서 일부 운수권을 회수해 LCC에 배분할 수 있다. 또는 영국 항공사에 인천공항 슬롯을 넘겨줄 수 있다.

국내 LCC에 운수권을 주거나 외항사에 슬롯을 주면 대한항공의 운항 횟수는 축소된다. LCC의 운항이 불가능한 노선에 외항사 운항만 늘어나게 된다면 그만큼 국가 항공 경쟁력은 약화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인수자금과 인수 이후의 통합 작업 비용을 합해 총 2조4천억원을 투입하는데 사업이 축소되면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운항이 축소되면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대한항공 노조는 "운수권과 슬롯을 내주면 고용 안정이 어려워진다"며 "고용을 유지하라고 산업은행과 협약도 맺었는데 이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운수권을 제한하면 구조조정 없는 통합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며 "외항사에 항공 시장을 넘겨주는 역효과가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도 '난관'으로 남아있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이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EU와 일본에서는 본심사 이전 사전심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이 그렇게 만만하게 심사하지 않고 있고, 또 기업심사 트렌드 자체도 엄격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해외에서 항공사 합병이 깨진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해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이 수용할 수 없는 노선 축소를 요구하거나 대한항공이 독점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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