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남성에만 헌정된 광장?…여성 인물 석상 설치안에 이탈리아 시끌

송고시간2022-01-04 15:32

댓글

"男석상만 78개 파도바 광장에 인류 첫 女박사 석상 두자"…찬반 갈려

엘레나 코르나로 피스코피아
엘레나 코르나로 피스코피아

[파도바가이드협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역대 교황 등 남성 석상만 들어선 이탈리아의 한 광장에 여성 철학자의 조각상을 세우자는 제안에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베네토주 파도바의 시의원 시모네 필리테리와 마르게리타 콜론넬로는 파도바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에 엘레나 코르나로 피스코피아(1646-1684)의 석상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피스코피아는 귀족 가문 출신 철학자로 1678년 이탈리아의 명문 국립대인 파도바 대학교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222년에 설립된 파도바 대학은 볼로냐 대학에 이어 이탈리아에서 2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다.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의 석상.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의 석상.

[워터뮤지엄오브베네치아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프라토 델라 발레는 파도바에 위치한 면적 9만㎡ 타원형 광장으로 이탈리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8세기 후반 시 차원에서 파도바 출신이거나 파도바와 연관 있는 역사적 인물의 조각상을 광장에 세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파도바대에서 18년 동안 수학을 가르쳤던 이탈리아 천문·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 조각가 안토니오 카바노 등의 석상도 이곳에 자리해 있다.

당초 88개의 석상이 건립됐으나 1797년 베네치아공화국을 정복한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가 10개를 파괴하면서 현재는 78개만이 남아있다.

파괴된 10개 중 8개는 오벨리스크(뾰족한 기둥)로 교체됐고, 2개는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의 오벨리스크.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의 오벨리스크.

[워터뮤지엄오브베네치아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피스코피아 석상은 광장 프로젝트 추진 당시엔 명단에 들지 못하다가 최근 시의원 두 명이 비어있는 자리에 건립을 제안하면서 다시 공론화됐다.

이들은 "석상으로 선정된 인물들이 모두 예외 없이 남성이라는 점은 아마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피스코피아의 석상을 빈 자리에 채워 넣자고 제안했다.

최근 문화유산 관련 전문가 협회인 '미 리코노시'(Mi Riconosci)에서 이탈리아 공공장소에 세워진 조각상을 전수 조사한 결과 여성 기념으로 세워진 것은 148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된 것이 계기가 됐다.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의 석상.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의 석상.

[워터뮤지엄오브베네치아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안이 역사적, 문화적인 일관성을 해치는 일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카를로 푸미안 파도바대 역사 교수는 "기념비를 레고처럼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고 멍청한 짓"이라고 제안을 일축했다.

미술사학자 다비데 트라마린은 비어있는 자리 두 곳이 지닌 역사적 의의를 강조하며 제안에 반대했다. 이 두 곳은 나폴레옹 군대의 파괴를 상징하는 곳으로 그대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미술사학자 페데리카 아르코라치는 "광장에 남성 석상만 있는 것은 우리 삶과 집단적 상상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으며 찬성을 표명했다.

아르코라치는 광장 석상 건립 당시 규정은 살아있는 인물이나 도시와 연결고리가 없는 사람에 대한 조각상을 금지할 뿐 여성의 조각상은 금지한 적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지역 기자인 레오나르도 비존은 "도시의 중요 인물을 상징하는 조각상을 세우자는 제안만으로도 이러한 논쟁이 발생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라며 "피스코피아보다 덜 중요한 남성 인물이 광장에 있는데도 정작 그의 조각상은 없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한편, 파도바의 문화유산 관리자인 파브리치오 마가니는 이번 제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좀 더 근래의 역사적인 여성 인물이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에서 기념되는 쪽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ite@yna.co.kr

핫뉴스

전체보기

포토

전체보기

댓글 많은 뉴스

이 시각 주요뉴스

리빙톡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