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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으로 목 짓눌러"…용의자 오인해 시민 폭행한 경찰(종합)

송고시간2022-01-0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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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질하고 전자충격기까지 사용, "살려달라 소리쳤지만, 폭행 계속"

폭행한 경찰관 감찰·수사도 진행 안 하고 "정당한 공무집행" 주장

비상등 켜진 전북경찰
비상등 켜진 전북경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형사사건 용의자로 오인해 마구잡이로 폭행하고도 감찰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면서도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오히려 폭행을 정당화하는 모습마저 보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완주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부산역에 도착한 기차에서 내린 A(32)씨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당시 경찰은 흉기를 들고 싸움을 벌인 혐의로 외국인 강력범죄 용의자를 쫓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A씨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뒷걸음치다가 바닥에 넘어졌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주변을 에워싸더니, 발버둥 치는 A씨에게 발길질하고 몸을 짓눌러 수갑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경찰관은 A씨에게 전자충격기를 한두 차례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를 폭행하는 동안 범죄 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알리는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온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면 A씨는 사실상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폭행을 당했다.

A씨는 폭행으로 전치 수 주에 달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

A씨는 이날 취재진과 통화에서 "갑자기 남성들이 가방을 잡아 넘어뜨리고 때려서 괴한인 줄 알았다"며 "'왜 그러느냐'고 했는데도 폭행이 계속됐고, '살려달라'고 외쳤는데도 멈추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백인 경찰관이 체포과정에서 사망을 야기해 인종차별 시위를 불러온 '조지 플로이드'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경찰들이 무릎으로 목을 눌러 숨을 못 쉬게 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고함을 지르니까 소리를 못 지르게 하려고 목을 더 세게 눌렀다"며 "한동안 그 경찰관이 꿈에 나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지금도 그때가 떠올라서 기차도 타지 못한다"고 울먹였다.

뒤늦게 A씨가 용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 경찰은 명함을 건네고는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제도를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후에도 A씨에게 "병원에 갔느냐"고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치 4주 진단 받은 A씨 모습
전치 4주 진단 받은 A씨 모습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상황은 전북경찰청과 경찰청에도 보고됐으나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 조사는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우리가 뒤쫓던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서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물리력을 사용했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지만, 지금도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검찰 또는 경찰이 직무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폭행 등 가혹한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인 이른바 독직폭행(瀆職暴行)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내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경찰관의 물리력 대응을 강화하는 추세이나, 범죄 피의자가 아닌 무고한 시민을 여럿이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면서 "언론보도에 나온 당시 상황을 보면 A씨가 적극적으로 저항한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전북경찰청은 사건 발생 이후 9개월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파악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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