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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너도나도 '탐정'이라는데…관련법도, 감독기관도 없다

송고시간2022-01-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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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침해 등 불법행위 우려에도 10여년간 법 제정 무산

관련 단체·자격도 난립…불법 흥신소 설 자리 놔주는 꼴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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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흥신소 같은 것 아닌가요?"

탐정이라 하면 추리소설이나 만화 속 이미지만 떠오른다는 일반인 A씨에게 '국내 업종의 하나로서 탐정업'에 관한 느낌을 묻자 돌아온 말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탐정업이 제도의 틀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지만, 개인 간 분쟁이나 기업 내부 문제 등과 관련해 사실확인 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업으로서 탐정업은 이미 존재한다. 2020년 8월부터는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이전까지 금지됐던 '탐정' 용어를 영업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탐정업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불법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일부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수준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흥신소 등의 불법행위는 종종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도 한 남성이 흥신소에 의뢰해 전 여자친구 주소를 알아낸 뒤 집으로 찾아가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탐정업을 속히 법제화해 관리·감독체계를 만들고 '불법·유사 탐정업'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 사람만 찾는 게 아니다?…탐정의 역할은

탐정업이 다루는 업무를 요약하면 '의뢰인에게 필요한 사실 확인 및 정보 제공' 정도로 볼 수 있다. 경찰 등 국가기관 소관이 아닌 사적 영역이거나, 인력 부족 등 문제로 국가기관이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워 보이는 확인·조사 작업을 대신해주는 역할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람 찾기' 또는 '사람에 관한 사실관계 확인'이다.

흔히 탐정 업무로 배우자 불륜 증거 수집, 가출·실종자 소재 파악 등을 떠올리는데, 이런 의뢰가 실제로 많기는 하지만 탐정 업무의 전부는 아니다. 채용 대상자가 제출한 이력서의 거짓 유무 확인, 부동산 거래와 같은 상황에서 계약 상대방이 제시한 내용의 진위 확인 등도 탐정 업무가 될 수 있다.

개인이 온라인상에서 피해를 봤을 경우 그 내역을 직접 검색해 파악하기도 하지만, 직장생활 등을 하는 처지라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기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이럴 때 사이버 사건에 전문성을 지닌 탐정에게 의뢰하면 신속히 증거를 확보할 수 있어 형사고소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도 쉬워진다.

기업이라면 경쟁업체의 유사상표 사용 등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을 때 관련 사진 등 증거 확보를 탐정에게 대행시킬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탐정업이 활성화하고 제도가 정비되면 의료분쟁이나 산업기술 유출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탐정이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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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행위 우려 크지만 관리감독 기관도 없어…법제화 통한 관리 필요

현재 국내에서 탐정업은 불법과 합법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을 늘 안는 업종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민간업체들이므로 사실 확인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열람할 권한도 없다. 결국 관련자 탐문, 의뢰인으로부터 받았거나 합법적으로 입수 가능한 자료 분석 등 제한적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흥신소 등 '유사 탐정업자'들은 조사 대상자의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달거나 대화를 도·감청하고, 이동통신 대리점 직원 등 개인정보에 접근 가능한 이들을 정보원으로 삼아 돈을 주고 전화번호 등을 입수하는 등 각종 불법적 수단을 쓰기도 했다.

이런 행위는 현행법상으로도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위치정보법 등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지만, 당장 수입에 눈이 먼 일부 업자들은 위험부담마저 감수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손상철 대한민국탐정협회 회장은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라고 해도 법을 어길 수는 없기 때문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탐문"이라며 "자세한 노하우를 밝힐 수는 없지만 조사방법의 기술적 문제인데, 법을 위반하지 않고 일할 수 있음에도 그걸 불편해하니 편법을 쓰면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법행위에 따른 사생활 침해 등 국민 피해를 막고,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이들만 탐정업에 종사하도록 유도하려면 탐정업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데는 정치권과 업계 모두 이견이 없다. 탐정업을 관리할 주무 기관을 두고 자격제도 운용, 불법행위 처벌 등 관련 사항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8월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탐정 명칭을 영리활동에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함량 미달 업체들까지 '자유업'으로 등록해 탐정으로 영업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법제화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애초 신용정보법에는 탐정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등 법적 논쟁이 일자 관련 조항이 개정됐다. 업계 차원에서는 법 개정에 따른 실질적 소득은 크지 않았지만, 국민들에게 친숙한 용어인 탐정을 합법적으로 영업활동에 사용할 길이 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현재는 탐정업에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주무관청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 탐정업에 대한 상시적 관리·감독이 어렵다. 경찰청이 업계를 점검하고 지도·감독하기는 하나, 이는 탐정업 관련 민간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자격제도의 적정성을 살펴보는 수준이지 업종 자체를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으로 탐정 관련 민간 자격은 57개 기관이 등록한 91개다. 이 가운데 실제로 자격증이 발급된 것은 34개에 불과하다. 심지어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돈만 주면 나오는' 유명무실한 자격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 등도 지난해 11월 '탐정업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탐정사무소가 개소되고 관련 단체가 난립해 탐정 관련 자격증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며 "또 일정한 자격기준 없이 기존 심부름센터나 흥신소 종사자도 탐정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금석 대한민간조사협회 회장은 "탐정업이 법제화한 이후에도 음성적으로 불법적 영업을 하는 흥신소 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자격을 갖춘 탐정들이 전국에서 활동하게 된다면 그와 같은 불법 사례를 인지하고 당국에 신고하는 등 자정작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탐정업법 관련 국회 세미나
탐정업법 관련 국회 세미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관계부처·단체 입장차에 10여년째 입법 지지부진

탐정업을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입법 시도는 17대 국회 때부터 있었지만 10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매번 무산됐다. 현 정부도 국가의 한정된 수사력을 지원할 인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방안으로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공약했으나 관련법 제정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입법이 지지부진한 주된 이유는 탐정업 관리·감독 권한을 둘러싼 경찰청과 법무부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변호사업계가 크게 반발하는 데 있다.

탐정업 법제화를 추진해 온 경찰청은 경찰이 전국에 많은 조직과 인력을 갖췄고, 경비업 등 유사 분야에 대한 관리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탐정업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무부는 탐정업 수행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큰 점을 고려하면 인권 옹호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가 주무 기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탐정업에 전직 경찰관들이 다수 진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현직 경찰 간 유착 우려가 있다는 점도 거론하고 있다.

변호사업계도 변호사가 아닌 탐정의 사실조사와 정보제공 활동이 변호사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고, 국민 사생활 침해 증가와 검·경 전관예우·비리 우려도 있다며 탐정법 제정에 한결같이 반대해 왔다.…

다만 변호사업계 일각에서도 탐정업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고, 탐정업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 변호사들과 업무상 제휴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재산 가압류, 가처분 사건 등을 하다 보면 채무자들이 재산 명의를 이전해 은닉하는 등의 상황에서 재산을 찾기가 어려워 '이걸 찾아줄 수 있는 사람 없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제도적 관리만 뒷받침되면 탐정업을 허용할 만한 시기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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