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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에 재계 "국부펀드가 자국기업 공격"

송고시간2022-01-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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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내 기업 20여 곳에 주주 서한 발송…"주주 활동" vs "소송 포석"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TV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권희원 기자 =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주주대표소송'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재계는 경영활동에 대한 모든 결정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이 남발되면 기업경영이 위축되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는 국내 기업 20여 곳에 현안 등을 문의하는 주주 서한을 보냈다.

삼성그룹 계열사, 현대자동차[005380], LG그룹 계열사, SK네트웍스[001740], 롯데쇼핑[023530]과 롯데하이마트[071840],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현대제철[004020] 등이 서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에서 투자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기업 현안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비공개 서한을 수시로 발송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일부 현안에 관해 문의한 적은 있다"면서 "구체적인 문의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통상적인 주주 활동의 일환이지만, 최근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대표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서한 발송이 이뤄져 소송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대 그룹 (PG)
5대 그룹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했다.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는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책위가 판단하는데 이를 수책위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 개정안은 다음 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한 번도 대표소송을 결정한 적이 없는 기금운용본부가 자신들의 권한을 수책위로 넘긴다는 것은 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는 운용 수익률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송 실익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반면 수책위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비상설 기구로, 기금운용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주대표소송 제도는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은 국민연금이 지분을 투자한 대부분 기업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만 300곳으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망라한다.

주주대표소송은 상장사의 경우 회사 전체 주식의 0.01% 이상, 일반 법인은 1% 이상만 갖고 있어도 가능하다.

또한 기업의 모든 판단이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은 주주대표 소송에 대해 '투자대상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소송을 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제소 조건 충족 여부나 승소 가능성, 소송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기금운용본부나 수책위가 결정하면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모든 결정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주주대표소송은 '이사 등이 기업에 대해 부담하는 모든 책임'을 대상으로 과거 재직했거나 현재 재직 중인 이사와 감사, 업무 집행 관여자 등 법인이 아닌 개인에게 걸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물리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의 손해배상 피소에 대한 우려로 기업인들이 과감하고 창의적인 의사 결정을 꺼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자국 내 기업보호와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국부펀드가 자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경총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 대표소송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절차를 법률로 정할 것 ▲ 대표소송이 남용되지 않도록 대상 사건을 제한할 것 ▲ 대표소송 제기는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부에서 결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fusionjc@yna.co.kr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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