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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D-10] 모호한 법 조항들…판례 쌓일 때까지 혼란 불가피

송고시간2022-01-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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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범위·의무사항 규정 등 불명확…적용사례 없어 해석 분분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직업성질병 범위 놓고도 의견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부 조항의 실효성과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동자 사망 사고를 줄이자는 법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산업 현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법의 실제 적용 사례는 아직 없어 해석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법의 미비점을 보완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지난해 9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노동자 시민의 요구 외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1.9.28

◇ '경영책임자 등'의 범위는?…"법률 전문가도 답하기 어려워"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사고 같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 제4조는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한다.

구체적인 의무는 ▲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행 ▲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선·시정을 명한 사항 이행 ▲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등 4가지다.

해석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법 적용 대상인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법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사업을 대표·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안전 담당 이사를 별도로 두면 대표이사가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안전 담당 이사는 '대표에 준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안전 담당 이사' 식의 직함을 가진 사람이 따로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마다 인사 구조와 각자 맡은 역할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실제로 중대재해가 일어나 법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같은 의무 사항도 명확하게 와닿지 않다는 기업인들이 많다.

법무법인 태평양 최진원 변호사는 "법 규정에 추상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많아 어떻게 해야 관련 의무를 완전히 이행한 것으로 평가될 것인지 법률 전문가도 분명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가 실제로 발생해 다양한 판례가 쌓일 때까지 어느 정도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산재 사망자 사업장 규모별 비중''
[그래픽] 산재 사망자 사업장 규모별 비중''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 지난해 국내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의 약 80%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sunggu@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 산재 사망 81%는 '50인미만' 사업장서 발생…법 적용선 유예·제외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이 법은 또한 소규모 기업의 혼란을 줄이고자 50인 미만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줘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대해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5명 미만 사업장이 부족한 안전보건 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둘 필요는 있지만, 법 적용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며 "적용 제외는 '위험의 차별화'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산재 사망사고는 법 적용이 제외·유예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특히 자주 발생했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828명을 소속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보면 '5인 미만' 317명(38.3%), '5∼49인' 351명(42.4%), '50∼99인' 54명(6.5%), '100∼299인' 58명(7.0%), '300∼999인' 30명(3.6%), '1천인 이상' 18명(2.2%)이다.

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과 법 적용이 유예된 '5∼49인'을 합친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숨진 노동자가 전체의 80.7%에 달하는 것이다.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을 적용하도록 개정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소규모 업체의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면 사업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과로사(PG)
과로사(PG)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 뇌심혈관계 질병은 법 적용서 제외…경영계·노동계 각자 불만

중대산업재해를 구성하는 요건 중 하나인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법 2조 2호 다목은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3가지 요건 중 하나로 규정했다.

시행령은 이 '직업성 질병'으로 급성 중독, 독성 간염, 혈액 전파성 질병, 산소 결핍증, 열사병 등 24개의 질병을 명시했다.

논란이 일었던 뇌심혈관계·근골격계 질병, 직업성 암 등은 제외됐다. 이들 질병은 업무로 인한 것인지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들 질병까지 '직업성 질병'에 포함하면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이나 가족력 보유자 등의 채용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영계 일각에서는 같은 조항 가목에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본다고 돼 있는 점을 들어 실제로는 뇌심혈관계 질병 등으로 노동자가 숨지면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고 염려한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가목 '사망자'의 질병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입법 취지와 달리 각종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모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뇌·심혈관계 질환이 과로사의 주원인인데도 '직업성 질병'에 포함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김광일 본부장은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작업을 시켜 과로로 질병이 발생했다면 사업주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고 볼 수 있고 이런 경우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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