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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방역규제 해제 '자신감이냐 도박이냐' 논란

송고시간2022-01-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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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정점 지났다며 마스크·거리두기 방임

의학협 "안전불감 부채질, 감염자 급증해 병원마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영국이 코로나19 방역규제를 대폭 완화한 게 적합한 조치인지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작년 12월 도입한 규제를 19일(현지시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잉글랜드에서는 다음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대형 행사장 백신패스 사용 등 주요 방역규제가 해제된다.

존슨 총리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지났다는 학계 진단을 그 사유로 들었다.

특히 존슨 총리는 "독감은 자가격리 의무가 없다"며 향후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다룰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는 않되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 될 것으로 보고 법적 의무를 권고나 지침으로 바꿔가겠다는 말이다.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과 함께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가 급감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하루 신규확진은 이달 4일 21만8천376명으로 최다였다가 18일 9만4천225명으로 줄었다.

존슨 총리의 말대로 이 같은 추세를 두고 일부 학자는 영국에서 확산세가 꺾였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케빈 매콘웨이 전 영국 오픈대학 응용통계학 교수는 지역별 확산세가 다르지만 런던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진단했다.

신규확진 급감…오미크론 확산세 꺾인 영국
신규확진 급감…오미크론 확산세 꺾인 영국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데이비드 헤이먼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영국의 면역 수준이 매우 높아져 코로나19가 다른 감염병처럼 평범한 패턴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정부도 같은 맥락에서 추세를 낙관적으로 해석하며 코로나19 확산이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경제적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영국 보수당 정권은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때부터 다른 국가들과 달리 집단면역을 전략처럼 운운해왔다.

집단면역은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가 면역을 보유해 면역이 없는 구성원도 보호받으면서 바이러스가 멸절하는 상황을 말한다.

학계에서는 집단면역은 목표나 전략이 아니라 수많은 희생자를 낸 끝에 나타나는 결과일 뿐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실제로 인구가 6천700만여명인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1천550만명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그 중 15만3천명 정도가 숨졌다.

영국 정부의 이번 방역규제 완화를 둘러싸고도 보수당 정부가 도박을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의사, 의대생의 직능단체인 영국의학협회(BMA)는 이번 방역규제 해제 때문에 더 큰 보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챈드 나그폴 협회장은 "여전히 감염, 질병 수위가 높고 의료시설이 파괴적 압력을 받는 판국에 존슨 총리가 안전불감증을 부추길 위험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그폴 회장은 존슨 총리가 자료를 무시하고 방역규제 완화를 강행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작년 12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한 방역규제 '플랜B'가 도입될 때 병원 입원자(중환자)는 7천373명이었으나 현재 입원자는 2배가 넘는 1만8천979명으로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오미크론 확산에 여전히 심한 부담을 받는 영국 의료체계
오미크론 확산에 여전히 심한 부담을 받는 영국 의료체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나그폴 회장은 "방역규제를 모두 해제하면 전체 사회에 감염자 수가 다시 늘어 입원율이 불가피하게 높아지고 환자치료가 불안정해지며 더 많은 이들이 장기 후유증을 겪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스크 착용, 코로나19 증세를 보이는 이들에 대한 격리를 의무에서 해제하는 게 특히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규제 완화와 관계없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쉽게 끝날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점은 공통된 의견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팬데믹 종식은 한참 멀었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낙관적인 전환점이라는 견해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가 평균적으로 위중증을 덜 유발할지도 모르겠으나 경증 질환이라는 말 때문에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전체적 대응이 방해를 받아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올해 팬데믹 종식설에 짐짓 거리를 뒀다.

파우치 소장은 세계경제포럼(WEF) 온라인 회의에 참석해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건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다른 변이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도 방역규제를 완화하면서도 팬데믹 종식설을 강조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영국 정부는 이날 규제완화 성명에서 "미세한 균형을 맞춰 내린 결정"이라며 "오미크론 변이는 심각한 위협이고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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