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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이슈] 민심재판에 오른 '강요된 위문편지'

송고시간2022-0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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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롱성 군 위문 편지가 논란을 빚고 있는데요. 서울의 한 여고생이 학교 측의 강요로 보낸 위문 편지에 쓴 조롱성 표현이 문제가 됐습니다.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이제 고3이라 죽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 등입니다.

공책을 반 찢은 듯한 종이에 마구 휘갈긴 듯한 글씨체로 적혀 있었고, 일부 문장은 잘못 쓴 글을 수정도 하지 않은 채 가로줄로 죽죽 그어져 있는데요.

또 다른 학생의 위문편지에는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시고" 등 성희롱적 표현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비누를 줍는다'는 군대 내 동성 간 성폭행을 뜻하는 은어입니다.

이런 조롱성 군 위문편지는 최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페이스북 홈피에 게재돼 알려졌는데요. 이런 출처를 보면 군 내부에서도 거부감이 컸음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위문편지를 꼭 써야 하는지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요.

여고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과 서울시교육청 청원페이지에 올라 상당한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젊은 층의 반응은 갈립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윤선(22) 씨는 "군인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안타깝다", 김민성(19) 씨는 "조롱과 비하가 섞인 위문편지는 안 받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한영(26) 씨는 "군인들이 허탈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굳이 여고생들이 위문편지를 보내야 하는지 의문", 손영진(20) 씨는 "편지 쓰고 싶은 사람만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는데요.

군인을 대상으로 한 위문편지는 애초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고, 일제시대 때 일본이 중일전쟁 등에 참여한 자국 '황군'에게 보낼 위문편지를 조선 학생들에게 강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제강점기 위문 문화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미술사학자 서유리 박사는 조선인이 일본인에 징병되기 시작한 것이 1944년 말임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위문 편지는 일본인 '황군'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박천웅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위문편지를 보낼 수는 있지만 오랜 기간 강요돼 왔다"면서 "강요된 위문편지는 중단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시사평론가인 고현준씨는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아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데 봉사점수가 필요하다는 점은 슬픈 일"이라며 위문편지와 봉사점수 연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박천웅 교수는 여학생이 군인 남성에게 위문편지를 보냈고 그 남성이 화가 나서 이번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여고생의 위문 편지" 속에 도사린 불편한 젠더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제도적인 인식 개선을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교준 기자 김서현 인턴기자

[포켓이슈] 민심재판에 오른 '강요된 위문편지' - 2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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