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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 못한 재난"…화산폭발 통가 기자가 전한 당시 상황

송고시간2022-01-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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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음에 귀 울려 목소리 안들릴 정도…무작정 반대방향 내달렸다"

인명피해 적어 다행이나 물적 피해 심각…"국제사회 도움 필요"

23일(현지시간) 촬영된 잿더미가 된 통가 카노쿠폴루의 모습.
23일(현지시간) 촬영된 잿더미가 된 통가 카노쿠폴루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될 예정이었던 15일 오후 5시 26분 난데없는 폭음이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를 뒤흔들었다.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 북쪽 65㎞ 해역에 위치한 해저화산 훙가 통가 훙가 타파이 화산이 대규모 분화를 일으킨 것이다.

분화 순간 터져 나온 화산재와 가스는 순식간에 반경 260㎞를 뒤덮었고, 연기 기둥이 상공 20㎞까지 솟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은 수십 년 내 최대 규모였던 이번 분화의 폭발력이 TNT 폭약 기준으로 5∼30Mt(메가톤)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수백 배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실제, 이번 분화로 발생한 폭음은 북반구에서도 북쪽인 알래스카에서까지 들릴 정도로 컸다.

통가 현지 라디오 매체 기자인 마리안 쿠푸는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귀가 울릴 정도로 소리가 컸다고 당시 상황을 되새겼다.

그는 "비행기 탈 때 귀에서 느껴지는 게 있지 않으냐. 그것의 10배였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진과 화산활동이 자주 일어나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화산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탓에 각종 자연재해에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은 너무나 생소했고 아무도 잊지 못 할 일이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재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던 탓에 "무엇을 해야 할지, 다음에 또 무엇이 닥칠지 예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23일(현지시간) 촬영된 통가 카노쿠폴루가 폐허가 된 모습.
23일(현지시간) 촬영된 통가 카노쿠폴루가 폐허가 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쿠푸는 가족들과 무작정 집에서 나와 차에 몸을 실었다.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던 까닭에 왕복 2차선인 섬 내 주요 도로는 차량이 밀려들면서 사실상 '4차선' 도로가 됐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화산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하늘에선 화산재와 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푸는 "차 앞 유리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비가 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그마한 돌들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이후 검은 먼지가 쏟아져 내렸다"고 말했다.

분화 시작으로부터 약 30분이 지난 오후 6시께 통가 하늘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보통은 오후 8시가 돼야 해가 지지만 화산재가 태양을 가린 탓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짙은 화산재가 내려 차창을 가려 사고위험이 커진 탓에 일부 도로에선 차량이 멈춰서는 일이 벌어졌고, 물통을 든 어린이들이 도로 이곳저곳으로 달려가 그런 차들에 물을 뿌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쿠푸는 전했다.

다행히 쿠푸와 가족들은 내륙 고지대로 무사히 피신했다가 이튿날 귀가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통가 주민들이 겪은 참상을 외부에 알리고자 피해가 큰 지역을 잇달아 방문해 현지 상황을 취재해 왔다.

예컨대 닷새 전 방문한 통가 서부지역의 경우 코코넛 나무가 지면과 평행선을 이루듯 거의 직각으로 꺾일 정도로 강력한 쓰나미가 덮친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고 쿠푸는 전했다.

그는 "모든 것이 죽었다. 주위에는 진흙과 먼지더미만 있을 뿐이다. 보금자리도 없어졌다. 몇몇 집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지만, 안에 있던 모든 게 바닷물로 파괴됐다. 침대, 의자, 소파 등 모든 것들이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재해 다음날 통가타푸섬의 모습.
재해 다음날 통가타푸섬의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화산 폭발로 광섬유 해저 케이블이 끊기면서 두절됐던 통가와 외부 세계의 통신이 일부 복구되자마자 그런 그에게는 전세계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우리가 이야기한 통가인으로는 당신이 처음이다. 괜찮냐"고 허겁지겁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 쿠푸는 "우린 괜찮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월요일에 다시 일에 복귀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일로 전 세계의 시선이 통가에 모였지만, 곧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통가 주민의 힘으로만 전례 없는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상황이 될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식수난이다.

사실상 유일한 식수원이던 빗물이 쓰나미로 밀려든 바닷물과 화산재로 오염됐기 때문이다. 주민 상당수가 농업에 종사하는 상황이라 식량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쿠푸는 "언제까지 이런 상황에서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통가 정부는 화산 분화 당시 약 15m 크기의 쓰나미가 자국을 덮쳤다고 밝혔다. 다행히 신속한 대피가 이뤄진 덕분에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3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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