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세, 예상보다 빠르다…"다음달 3만명 이상 갈수도"
송고시간2022-01-26 11:12
다음달 정점 예상…정점 수준 놓고는 3만명 vs 20만명 전망 엇갈려
필수사회기능 마비 우려…"엔데믹, 기대는 하지만 낙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피검자들이 줄을 서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는 1만3천12명이 발생했다. 2022.1.26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신규확진자는 1만3천12명이다. 신규확진자가 1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전날 8천571명에서 5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0일 6천601명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가 뛰었다.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더블링'(기존의 배 이상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오미크론은 지난주(17∼23일) 50.3%의 검출률을 기록하며 우세종이 됐다. 오미크론은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져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예상보다도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방대본이 서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단기 예측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의 전파율을 델타의 2.5배로 가정했을 때 확진자 수는 이달 말 7천200∼8천300명, 내달 말 3만1천800∼5만2천2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1월을 5일 남겨둔 시점에서 이미 1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피검자들이 줄을 서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는 1만3천12명이 발생했다. 2022.1.26 hwayoung7@yna.co.kr
◇ 정부 "3만명이 정점"…전문가들 "20만명까지 갈 수도"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4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여러 연구팀에서) 지금 수준의 거리두기와 진단 체계를 가지면 3월에 20만명, 이렇게 늘어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적어도 3개월 정도 고생하고 유행이 꺾일 것 같다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만명 수준으로는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취재진에 "10만∼20만명 (예측은) 아주 비관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이라며 "정부와 같이 일하는 분들은 3만명 정도에서 피크(정점)를 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다음달) 하루 2만∼3만명이나 그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이 3만명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 상황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지만, 3만명은 다음 주나 다음다음 주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주차별로 확진자가 50∼100%, 또는 100% 이상 증가하는 추세가 몇 주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설 연휴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면 다음 주에 2만∼3만명이 되고, 2월 중에는 10만명도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확진자 규모) 수치를 결정한다"며 "오늘이라도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10만명까지 가지 않고 확산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손 반장은 지난 24일 "최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안 하는 방향으로 방역정책을 운영할 것"이라는 정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래픽]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http://img0.yna.co.kr/etc/graphic/YH/2022/01/26/GYH2022012600020004400_P2.jpg)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26일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만3천12명 늘어 누적 76만2천983명이라고 밝혔다.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인스타그램 @yonhapgraphics
이날부터 광주 등 4개 지역에서 '오미크론 대응단계'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 위주로 시행한다는 정부 방침이 확진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사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확진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감염 전파를 일으키고 다닐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재 신규확진자 중 60세 이상의 비율은 10% 정도인데, 60세 이상만 PCR 검사하면 집계치에 10을 곱해야 실제 환자 수가 나오는 것"이라며 "10만·20만명도 나올 수 있는데 검사 건수의 한계로 빙산의 일각만 확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 재택치료, 자가격리자도 함께 증가해 사회 기능이 마비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확진자 수가 계속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필수 사회 기능이 유지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확진자 수 급증으로 의료, 교육, 돌봄, 치안, 소방 같은 필수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고 분야별 '업무지속계획'(BCP)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피검자들이 줄을 서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는 1만3천12명이 발생했다. 2022.1.26 hwayoung7@yna.co.kr
◇ 오미크론은 엔데믹 징조? "가능성 있지만 낙관은 금물"
다만 오미크론 변이는 빠른 전파력에 비해 치명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방대본이 국내 오미크론 누적 감염자를 대상으로 치명률을 분석한 결과 0.16%로 델타 감염자 치명률(0.8%)의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례에서도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입원율과 중증화율이 낮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굳어지는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런 기대는 이미 하루 10만∼20만명 이상의 확진자 발생을 경험한 유럽, 하루 80만 확진자에서 정점을 찍은 미국 등에서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오미크론으로 많은 인구가 감염돼서 집단면역이 생길 수 있지만,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수 있다. 또 백신 접종 후 면역 감퇴가 일어나고 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엔데믹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낙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와 해외의 방역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 등 하루에 몇십만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을 몇 번의 유행에 걸쳐 경험한 나라와는 완전히 조건이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영국처럼 여러 차례의 유행 동안 광범위하게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백신 미접종자라도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이들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유행의 진폭이 줄어들 수 있지만, 유행을 억제해온 국내에선 방역 상황이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날 0시 기준 85.5%의 접종완료율(2차접종)을 기록한 한국처럼 백신접종률이 높은 국가는 많지 않다. 외국의 경우 감염을 통한 자연면역 사례가 한국과 비교해 더 많다.
그러나 김 교수는 "자연감염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면역 감퇴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백신도 면역에 기여하고, 감염도 면역에 기여한다"며 "엔데믹과 팬데믹의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면역의 비율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가면 유행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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