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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국대' 김은지 "세리머니 장갑, 잘 보관하고 있죠"

송고시간2022-03-03 14:43

'육상 샛별' 양예빈 발굴한 김은혜 코치는 김은지에게 썰매 권한 친언니

"응원 댓글 캡처해서 모두 보관하고 있어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은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은지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스켈레톤 국가대표 김은지(30·강원 BS 경기연맹)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손바닥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

"내가 정말 올림픽에 출전했던가"라고 생각하다가도, 자신의 '올림픽 레이스와 세리머니'를 떠올려주는 팬 덕에 김은지는 또 짜릿한 감정을 느낀다.

김은지는 3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베이징올림픽 스켈레톤 경기가 끝나고 바로 귀국해서 올림픽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 귀국해서 TV로 다른 종목을 보면서 '내가 정말 저곳에 있었나'라고 아득한 느낌도 들었다"고 말하면서도 "팬과 지인이 저를 보면 손바닥을 내밀거나, 손바닥을 보여달라고 한다. 쑥스럽다가도 '내가 정말 뭔가를 하고 오긴 했구나'라는 뿌듯함이 생긴다"고 웃었다.

지난달 12일 중국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끝난 베이징올림픽 여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김은지는 3차 시기를 마친 뒤 방송사 중계 카메라를 향해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장갑에 적은 문구를 내보였다.

한국 팬들에게 깊이 각인된 세리머니였다.

[올림픽] 태극마크 보여주는 김은지
[올림픽] 태극마크 보여주는 김은지

김은지가 11일 중국 베이징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스켈레톤 1차 시기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에게 태극마크를 보여주고 있다. 2022.2.11 pdj6635@yna.co.kr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은지는 "2월 11일 1, 2차 시기 성적이 너무 나빠서 아쉬운 감정에 휩싸였다. 그런데 댓글을 통해 '자랑스럽다'라고 응원해주시는 분이 정말 많았다"며 "팬들의 응원 덕에 힘이 났고, 응원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12일 3차 레이스를 준비하면서 장갑에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썼다"고 전했다.

그는 "'겨우 이 정도 성적을 내고 방정 떠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도 했다. 그런데 그 장갑을 끼고 주먹을 쥐는데 든든한 느낌이 들더라"며 "4차 시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3차 시기 성적이 1, 2차보다는 좋았다. 정말 팬들의 응원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은지는 1∼3차 시기 합계 3분09초79로 23위를 했다.

3차 시기까지 20위 안에 들어야 4차 시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김은지의 올림픽 주행은 3차에서 그쳤다.

그러나 3차 시기 기록은 1분02초83으로 1차(1분03초28), 2차(1분03초68)보다 좋았다.

김은지는 "4차 시기에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그래도 3차 시기에서는 1, 2차 시기 실수했던 구간을 무난하게 넘겼다"며 "후회를 조금은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스켈레톤 대표 김은지(왼쪽)와 그의 언니 김은혜 육상 코치
스켈레톤 대표 김은지(왼쪽)와 그의 언니 김은혜 육상 코치

[김은혜 코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은지는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 '여자 스켈레톤'을 알렸다.

그에게 스켈레톤 종목 도전을 추천한 이는 친언니 김은혜(32) 계룡중 육상부 코치다.

김은혜 코치는 '육상 샛별' 양예빈(18·전남체고)을 발굴한 지도자다.

양예빈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김 코치의 권유로 육상에 입문했다. 첫 종목은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였다.

양예빈을 지켜보던 김 코치는 중학교 1학년 때 트랙 종목 전향을 권했고, 양예빈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9년 7월, 55초29의 400m 한국 여자 중학생 기록을 세우며 한국 육상의 샛별로 떠올랐다.

김은혜 코치는 현역 때 멀리뛰기, 세단뛰기 선수로 뛰었다. 고교 시절에는 전국대회 입상권이었고 실업팀에도 입단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일찍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김은혜 코치의 동생 김은지도 육상에 입문해 멀리뛰기 선수로 실업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를 고민하던 김은지에게 김은혜 코치는 '썰매 종목 전향'을 권했다.

김은지는 "사실 언니도 썰매 종목에 관해 아는 게 많지 않았다.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라고 썰매 종목 전향을 권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나 곧 김은지는 '스켈레톤 선수 김은지의 1호 팬' 김은혜 코치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그는 "언니가 물리적, 정신적인 지원을 해줬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한국에 스켈레톤 선수가 뛸 수 있는 실업팀은 한 곳뿐이다. 김은지는 실업팀 소속이 아닌 강원BS경기연맹 소속으로 '대표팀 수당'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김은지는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도 많은 비인기 종목 선수처럼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김은혜 코치 등 가족들은 김은지가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또한, 썰매 종목 지도자, 동료들이 김은지를 끊임없이 격려했다.

[올림픽] 김은지 2차 시기 질주
[올림픽] 김은지 2차 시기 질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은지는 '올림픽 출전'으로 보답하고자 했다.

2017년 스켈레톤에 입문한 그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트랙을 미리 타 보며 상태를 점검하는 '전주자'로 활동했다.

그는 "그때는 실력이 부족해서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며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부러웠지만, 가까운 곳에서 올림픽을 간접 경험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4년 전을 회상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무릎을 크게 다치는 등 고초도 겪었지만 한 걸음씩 전진했다.

베이징올림픽에 앞서 열린 2021-2022시즌 북아메리카컵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는 등 척박한 한국 썰매 환경 속에서 최상의 성과를 냈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김은지는 "윤성빈, 정승기 선수가 남자 스켈레톤을 알린 것처럼, 나도 '한국에 여자 스켈레톤 선수도 있다'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올림픽] 김은지의 첫 올림픽
[올림픽] 김은지의 첫 올림픽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목표를 이뤘다.

그러나 김은지는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다시 고민에 빠졌다.

김은지는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면 은퇴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30대에 접어든 나이, 경제적인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가 그를 괴롭힌다.

하지만, 스켈레톤을 향한 애정이 깊어졌고, 스켈레톤 국가대표 김은지를 응원하는 팬이 생겼다.

"4년 뒤 밀라노(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도 응원할게요"라는 응원 댓글도 눈에 밟힌다.

김은지는 "사실 아직도 2026년 올림픽에 도전할지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처음 받아본 응원에 힘이 난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그랬던 것처럼 일단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6천개 이상의 응원 댓글을 보낸 팬과 한국 여자 스켈레톤의 보물이 된 '김은지의 장갑'은 김은지에게 큰 힘을 줄 수 있다.

김은지는 "팬들의 응원 글을 모두 캡처했다. 당연히 베이징올림픽 장갑도 잘 보관하고 있다"고 웃었다.

'1호 팬' 김은혜 코치도 여전히 애정 어린 눈으로 김은지를 바라본다.

김 코치는 "은지야, 어떤 선택을 하건 존중하고 응원할게. 지금까지 충분히 열심히 달려왔어. 힘든 일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고 응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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