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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먹에 스며"…애처가 조선 선비들이 쓴 사랑의 글

송고시간2022-03-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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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눈썹을 펴지 못하고 떠난 당신에게'

정약용 필적 하피첩
정약용 필적 하피첩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쓴 글이다. 부인이 보내온 치맛감에 글을 적었다고 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영영 이별한 뒤로 봄 이울고 여름도 가고 서리 치고 바람만 쌀쌀한데 글쎄 요즘 귀하신 몸 편안하신가. (중략) 밝고도 밝은 넋이 아마 와서 듣는다면 이 늙은 홀아비의 정 슬퍼하리라. 눈물이 먹에 스며 사연 제대로 못 쓰오."

조선 후기 서예가 이광사(1705∼1777)는 첫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9살 연하 여성과 재혼했다. 하지만 22년간 함께 살았던 둘째 부인도 1755년 숨을 거뒀다. 이광사는 그해 9월 아내 무덤에서 제사를 지낼 때 느낀 애달픈 감정을 글로 남겼다.

한 달쯤 지난 뒤에는 도망시(悼亡詩)를 썼다. 도망시는 아내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시다. 그는 "내가 죽어 뼈가 재 될지라도/ 이러한 한은 정녕 사라지지 않으리"라며 "서로의 한이 오래 흩어지지 않으면/ 기필코 다시 만날 인연 있을 것이오"라고 노래했다.

조선시대 양반 남성들은 부인을 얼마나 사랑했을까. 한문학자인 박동욱 한양대 교수가 쓴 신간 '눈썹을 펴지 못하고 떠난 당신에게'에 실린 글만 보면 대부분 '애처가'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책에는 유희춘, 정약용, 채제공 등 선비 13명이 부인에게 쓴 글이 실렸다. 5년 전 출간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사대부의 부정(父情)을 조명한 저자는 이번에는 선비들이 부인을 측은히 여기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소개했다.

부인에 대한 사랑은 부부가 멀리 떨어져서 지내거나 사별했을 때 특히 커졌다.

조선 후기 문신 심익운(1734∼?)은 32세에 부인과 영원히 작별했다. 그는 부인이 사망한 지 6년째 되는 해에 지은 글에서 홀아비, 과부, 고아, 늙어 자식 없는 사람 중 가장 궁한 이가 홀아비라고 했다.

심익운은 '일시내하허곡'(日時奈何許曲)이라는 도망시에도 홀아비의 애처로운 심정을 담았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부인을 만나고 싶어 잠들지 못하는 괴로움을 호소했다.

"슬프고 슬퍼서 정을 가눌 수 없어/ 누워서도 잠들 수 없구나/ 묵묵히 궁고(宮鼓) 소리 헤아려보니/ 어찌하겠는가/ 지금 밤이 오히려 반도 안 남았는데/ 어찌하여 나머지 반절은 지나기 어렵나"

이에 대해 저자는 "어둠은 존재와의 거리를 더 가깝게 좁혀줘 내면의 고통이 속살을 드러낸다"며 심익운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고 있었다고 말한다.

문재(文才)가 뛰어났던 선비들은 부인을 향한 사랑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애틋한 마음을 때로는 품위 있게, 때로는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책을 통해 독자들이 부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궁리. 372쪽. 1만6천800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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