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가통계조사에 트랜스젠더 조사항목 신설해야" 권고
송고시간2022-03-21 12:00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통계·실태조사에서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 존재를 파악하도록 조사항목을 신설하라고 통계청 등 관련 기관장에게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 실태 파악과 정책 반영을 위해 각 기관이 시행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등에 트렌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 관련 조사항목을 신설하라"고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과 통계청장에게 권고했다. 국무총리에게는 이 같은 내용의 지침을 마련하도록 했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는 일상생활 전반에서 편견에 기반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지만, 정부에서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와 각종 실태조사에서는 성별 정체성에 대한 통계를 별도로 수집하지 않고 있다"며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 집단이 정책 수립 대상 인구집단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인권위가 실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트랜스젠더 591명 중 65.3%는 응답일 기준 지난 12개월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 표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우울증을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57.1%나 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일부 국가는 이미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항목에서 제외했지만, 한국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성전환증을 정신 및 행동 장애 범주의 하나인 성주체성 장애로 분류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권위는 "이 같은 분류는 트랜스젠더를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강화하고 혐오와 차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목록에서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통계청이 관리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조속히 개정해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할 것을 통계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번 정책권고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단초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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