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왕' 연상호·탁재영 "학교폭력·복수에 대한 고민 담아"
송고시간2022-03-29 14:17
"원작 애니메이션에 연쇄살인 소재 추가…복수 응원하는 작품 아냐"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피해자에게 평생의 트라우마가 된 학교폭력은 15년 뒤 가해자를 향한 잔인한 복수로 변한다.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돼지의 왕'은 폭력의 근원부터 이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태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연상호 감독과 드라마 극본을 쓴 탁재영 작가는 29일 화상 인터뷰에서 "폭력·복수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담고 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드라마는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으로 폭력의 기억을 다시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팬이라고 밝힌 탁 작가는 "'망작'(망한 작품)이라는 말만 듣지 말자는 마음으로 썼는데, 지금까지는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며 웃었다.
원작이 인물들의 중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학교폭력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면, 드라마에서는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공개된 1∼4회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황경민(김동욱 분)이 성인이 돼 연쇄살인을 벌이고,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정종석(김성규)이 형사로서 사건의 전말을 쫓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탁 작가는 "원작이 과거의 끔찍한 일을 회상하는 구조를 지녔다면, 드라마에서는 사건(학교폭력)을 겪은 인물들이 성인이 돼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다룬다"며 "진실이 드러날수록 인물들이 어떻게 변하고, 과거의 상처가 현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깊이 있게 다루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들이 추억으로 가진 기억을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로 안고 있다는 점을 얘기해주고 싶었다"며 "원작의 메시지를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스릴러 장르를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원작에는 없는 연쇄살인 소재에 대해 연 감독은 "작품이 드라마화되려면 원작 이상의 강력한 장르가 더해지고, 획기적인 오리지널 스토리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게 연쇄살인 복수극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복수극이 폭력성 높게 그려졌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기는 하지만, 잔혹한 복수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는 이야기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탁 작가는 "사적인 복수를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작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드라마 초반부 가해자에 대한 복수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느끼게 했다면 중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은 복수의 정당성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며 "시청자도 배신감을 느끼면서 자신이 느꼈던 카타르시스가 잘못됐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 감독 역시 "후반부로 가면 단순히 가해자를 비판하는 것보다 더 복잡한 상황, 더 비극적인 이야기가 된다"며 "'경민의 복수의 칼날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작품의 좋은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작품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르는 이분법적인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는다. 학창 시절 경민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보면 아이들 사이의 계급관계, 그 배경인 가정환경, 아이들의 침묵과 선생님의 외면 등에 관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탁 작가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물리적 폭력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지만, 그 모습을 보는 같은 반 친구들, 선생님의 반응 등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연 감독은 "원작은 한국 사회가 가진 비극적인 면을 보여주고자 생각하고 쓴 첫 장편 시나리오였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등분돼 보이는 것 같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계급사회의 비극적인 면을 더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민과 종석의 학창 시절 관계도 남은 회차의 관람 포인트다.
경민은 살인사건 현장에 '종석아, 너도 함께해야지'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탁 작가는 이 메시지가 '이제는 그때의 일을 슬슬 떠올려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귀띔했다.
탁 작가는 "회차가 진행될수록 흥미로운 얘기와 원작이 시사하는 많은 메시지가 의미 있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드라마는 매주 금요일 티빙에서 2회차씩 공개된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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