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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현대사와 함께한 24년 봉사…대한적십자사 채봉덕씨

송고시간2022-05-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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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세월호·코로나19에 동행…"무료급식소 운영이 꿈"

인터뷰하는 '24년 봉사 인생' 채봉덕씨
인터뷰하는 '24년 봉사 인생' 채봉덕씨

[촬영: 임채두 기자]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2014년 세월호 참사, 2020년 섬진강 수해, 2020∼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의 자연봉사회 소속인 채봉덕(69·여)씨는 우울한 한국 현대사의 귀퉁이에서 묵묵히 남을 도와왔다.

우리나라를 흔들어놨던 여러 굵직한 사고, 사태를 겪으며 '24년 봉사 인생'을 기꺼이 살아냈다.

적십자사에 발을 들인 이후 현재까지의 봉사 시간을 합산하면 2만8천376시간이다.

봉사 시간 전산화가 이뤄지기 전까지의 기록까지 더하면 족히 3만 시간은 된다.

그는 제75회 세계 적십자의 날 기념 '올해의 적십자 봉사원상'에 선정,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채씨는 잦은 편두통을 유발했던 충남 태안의 기름 냄새를 아직 기억했다.

그는 열흘 정도 태안 해안에 머무르며 급식 봉사를 했다.

식사 때가 되면 급식 차량 주변으로 자원봉사들이 시꺼멓게 몰렸다.

기름 범벅의 모래와 돌을 닦아낸 손은 물론 몸과 머리가 모두 짙은 검은색으로 변해있었다.

채씨는 한 끼에 500여 명씩, 하루에 1천500명이 넘는 인원의 식사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준비했다.

기름이 넘실대는 바다와 맞서고 온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음식밖에 없었다.

2014년에는 세월호 분향소가 차려진 전북도청으로 가 조문객 안내를 도왔다.

봉사하면서,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흘린 눈물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2020년 섬진강 수해로 물바다가 된 남원에서는 수재민의 옷가지를 빨았다.

사람을 대면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봉사가 중단됐던 코로나19 대유행 때도 봉사를 멈추지 않은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에 나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에게 보낼 긴급구호품을 포장했다.

즉석밥, 운동복, 생필품 세트, 담요, 라면 등을 한데 모아 묶었다.

빼곡한 '봉사 스케줄'
빼곡한 '봉사 스케줄'

[촬영: 임채두 기자]

이외에도 채씨의 활동은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화재 재난 구호 활동, 시각 장애우 걷기 대회 지원, 빵 나눔, 정월대보름 찰밥 나눔, 북한 이탈 주민 합동결혼식 도우미, 결식아동 밑반찬 전달, 백혈병·소아암 어린이 돕기 성금 모금, 환경 정화 활동 등등.

채씨가 늘 손에 쥐고 다니는 다이어리에는 이번 달 봉사활동 스케줄이 빼곡하게 차 있다.

오전 8시부터 봉사를 시작해 해가 떨어질 때까지 남을 위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봉사가 어느새 '생활'이 됐다는 채씨는 첫 활동의 시작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누구나 어려웠던 IMF 시기에 시동생 3명을 데리고 살면서 우리 아들, 딸을 키워냈다"며 "손이 많이 가는 시기가 지나갈 무렵, 봉사활동가를 모집하는 뉴스 자막을 보고 첫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행을 하면서 활동가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경험은 참 새로웠다"며 "보람과 즐거움들 때문에 꾸준히 해온 일이 벌써 24년씩이나 됐는지도 몰랐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철학과 체계가 있는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간병인 교육, 장애인 활동 보조 교육, 청소년 상담 교육 등을 받고 제빵 기술도 틈틈이 배우고 있다.

채씨의 남은 바람은 무료급식소 운영이다.

'밥퍼 목사'처럼 무료급식소를 만들어 소외된 이웃을 보듬고 싶다.

채씨는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해도 부족한 게 봉사"라며 "내가 지은 따끈한 밥을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누군가가 먹고 잠깐이라도 행복하다면 그뿐"이라고 미소 지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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