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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병문안으로 시작된 '스승의 날'…60년간 달라진 풍경

송고시간2022-05-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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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 후 첫 '스승의 날'…교사 사기저하·교권 약화 '우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팀워크가 이 시대 사제지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따뜻한 애정과 깊은 신뢰로 선생님과 학생의 올바른 인간관계를 회복하여 사제간의 윤리를 바로잡고 참된 학풍을 일으키며 (중략)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는 윤리 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스승의 날'을 정한다."

1964년 5월 청소년적십자중앙학생협의회의 '스승의 날' 제정 취지문의 일부다.

이후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올해 5월 15일에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은 찾아왔다.

코로나19 유행이 2년 넘도록 이어져 온 가운데 학교가 본격적인 일상회복을 시작한 후 맞는 첫 '스승의 날'이기도 하다.

'스승의 날' 발원 학교인 논산 강경고에서 2018년 열린 스승의 날 기념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승의 날' 발원 학교인 논산 강경고에서 2018년 열린 스승의 날 기념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선생님 병문안으로 시작…60년 지나 "꽃도 사양해요"

스승에 대한 존경과 제자에 대한 사랑을 기념하는 '스승의 날'은 공식적으로는 올해 41번째를 맞는다.

법정기념일인 '스승의 날' 원년은 1982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스승의 날'의 유래는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1958년 충남 강경여고(현 강경고)의 청소년적십자(JRC·현 RCY) 단원들은 세계적십자의 날인 5월 8일 병중에 계신 선생님이나 퇴직한 은사를 위문하기로 했다.

몇 년간 이런 자리를 이어 가던 JRC 학생들은 1963년 '은사의 날'을 정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점차 전국으로 확산해 이듬해인 1964년 5월 26일 전국 JRC 단원들은 '제1회 스승의 날'을 기념했다.

'스승의 날'이 5월 15일이 된 것은 1965년부터다. 겨레의 큰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양력 환산일)을 '스승의 날'로 삼았다. 이때 대한적십자사는 '스승의 날' 노래(윤석중 작사·김대현 작곡)를 만들어 라디오와 TV를 통해 널리 보급했다.

하지만 유신정권에서 '스승의 날'은 외면받았다. 1973년 3월 모든 교육 관련 행사가 국민교육헌장선포일로 묶였고 학생 집회 불허 등 방침에 따라 사은 행사도 규제됐다.

결국 '스승의 날'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육계의 거센 요구로 1982년 국가지정 기념일로 정식 선포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작년 스승의 날 앞두고 한산했던 꽃가게 [연합뉴스 자료사진]

작년 스승의 날 앞두고 한산했던 꽃가게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동안 '스승의 날'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급변했다.

봄 운동회, 음악회 등 행사를 열어 '스승의 날'을 함께 기념하는 모습도, 학생들이 직접 선생님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주던 모습도 이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서울 한 학교는 최근 몇 년처럼 이번 '스승의 날'을 앞두고서도 "대표 학생의 꽃은 허용된다고 하지만, 본교는 이런 것도 사양한다"며 "만든 꽃, 차 한 잔, 집에서 만든 과자 등도 일절 받지 않는다"는 공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또 다른 학교는 "'스승의 날'에 본교에서는 선생님께 편지 쓰기, 교장 훈화를 통한 교육을 하겠다"며 "불법찬조금과 촌지 근절 운동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직장에 다니는 아들 부부를 위해 중학생, 초등학생 손주를 돌보는 이모(71) 씨는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는 해마다 5월이면 빠짐없이 아이들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곤 했다"며 "요즘 학교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어 시대가 달라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스승의 날'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업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스승의 날'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업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진짜 달라진 건 교실 현실…"사제가 함께 성장하는 공교육 돼야"

진짜로 달라진 것은 단순히 '스승의 날' 행사나 선물 여부가 아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심해진 경쟁, 입시 중심의 교육, 사교육비 급증 속에 학생·학부모와 교사의 관계, 교사의 역할과 권위 같은 교육 현장의 분위기 자체가 크게 바뀌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학생들이 2년 넘도록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이 공교육 현실은 더 취약해졌다.

교총이 최근 전국 교원 8천431명을 대상으로 한 '스승의 날 교원 인식 조사'에 따르면, 현장에서 교권 보호가 되고 있는지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답이 55.8%였으며 78.7%가 최근 1∼2년간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교권 하락과 사기 저하로 인한 문제점으로는 '학생 생활지도 기피, 관심 저하'(38.1%), '헌신, 협력하는 교직문화 약화'(20.4%), '학교 발전 저해, 교육 불신 심화'(17.3%), '수업에 대한 열정 감소로 교육력 저하'(14.1%) 등을 지적했다.

이런 조사 결과와 관련해 임운영 교총 회장 직무대행은 "갈수록 교단이 위축되고 열정을 잃어서는 미래 교육은커녕 교육 회복조차 어렵다"며 "학교 울타리 밖도 교실이고, 사회 전체가 학교다. 교원들의 학생 교육활동에 함께 협력하고 성원을 보내 달라"고 강조했다.

현장의 교사들은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공교육과 교사의 중대한 역할을 되새기고 있다.

교편을 잡은 지 15년을 넘긴 송모(42) 교사는 "교권이 바닥인 시대라고 하지만 학교 현장에는 배움과 지도를 필요로 하는 순수한 학생들이 많다"며 "몇 발 앞서 살아 본 선배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팀워크, 민주적 관계가 현시대의 사제지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교사는 "공(公)교육이 공(空)교육이 되지 않도록 최전선에 있는 교사로서 자존감과 소명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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