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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긴 고3의 감사 고백 "다시 꿈꾸게 해주신 나의 은사님"

송고시간2022-05-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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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고한고 3학년 송승호 씨, 40여 년 전 중학 중퇴 후 배움 갈망

많은 교사 헌신과 도움으로 졸업 앞둬…"영원한 은사로 모실 것"

환갑이 넘었지만 고등학생입니다
환갑이 넘었지만 고등학생입니다

(정선=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난달 27일 강원 정선군 고한고등학교에서 만학도 송승호(61·가운데)씨가 자신의 1·3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함께 졸업앨범에 담길 사진을 찍고 있다. 송씨는 중학 중퇴 후 힘든 삶을 이어오다 중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2020년 고등학교에 입학해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2022.5.13

(정선=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자 여길 보고 밝게 웃어주세요. 하나·둘·셋, 김치∼"

강원 정선군 고한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두 중년 남성과 한 청년이 창밖을 바라보며 졸업앨범에 들어갈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들 중 1명이 고교 3학년이라고 한다면 다들 주저하지 않고 가장 앳된 얼굴의 청년이 학생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운데 있는 인자한 미소의 중년이 학생이며, 나머지 둘은 그의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라게 된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교실 창문에서 선생님과 함께 사진을 찍는 주인공은 삼척 하장면에 사는 송승호(61) 씨다.

교장 선생님도 나보다 어리지
교장 선생님도 나보다 어리지

(정선=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난달 27일 강원 정선군 고한고등학교에서 만학도 송승호(61·가운데)씨가 졸업앨범에 담길 사진을 찍고 있다. 2022.5.13

그는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찍으며 미소를 짓기 위해 40년이 넘는 세월의 굽잇길을 걸었다.

꿈 많던 10대의 송 군은 아버지가 병에 걸리고 집안 형편마저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중학교를 중퇴하게 됐다.

장남인 그는 곧 가장 역할까지 짊어졌다. 아버지는 이른 나이에 숨을 거뒀다.

당시는 의료보험 제도도 없었고, 지금 물가로 계산한다면 2억 원 가까이 나가는 병원비는 고스란히 빚이 됐다.

청년이 된 그는 악착같이 농사지으며 가정을 지켰다. 질 좋은 고랭지 배추가 후한 값을 받아 빚은 그 무게가 차츰 가벼워졌다.

"꼭 다시 학교에 가라. 배움을 포기하지 마라." 환갑을 바라보게 된 그는 유언 같은 아버지의 말씀을 잊지 못했다.

선생님 은혜를 기억하며
선생님 은혜를 기억하며

(정선=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난달 27일 강원 정선군 고한고등학교에서 만학도 송승호(61·가운데)씨가 졸업앨범에 담길 사진을 찍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2.5.13

1만㎡의 드넓은 사과밭도, 한우 100마리가 자라는 축사도 송씨에게 진짜 만족을 주지 않았다. 못 배운 설움은 삶의 때때마다 발목을 잡았다.

그는 용기 내서 다시 배움의 길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송씨는 2017년 다시 고졸 시험을 준비했다.

당시 인연이 있던 한 선생님이 "검정고시 대신 진짜 고등학교에 입학해 보라"고 권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만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는 마음에 2020년 59살의 나이로 삼척 하장고등학교 신입생이 됐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굉장히 힘들어하는 송씨를 위해 모든 선생님이 기초부터 하나씩 신경 써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친형제 이상으로 정이 두터워졌다. 2학년 담임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무섭게 혼을 내 야속하게 느꼈다. 이제는 오히려 감사하다.

배움의 즐거움
배움의 즐거움

(정선=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난달 27일 강원 정선군 고한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만학도 송승호(61·가운데)씨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세계사를 공부하고 있다. 2022.5.13

하장고는 학생 수가 모자라 2021학년도를 끝으로 폐교했다. 송씨는 학교를 떠날 때 선생님들과 이별하면서 펑펑 울었다. 열심히 공부했던 교실을 마지막으로 걸어 나올 때 절로 눈물이 나왔다.

송씨는 고3 시절 1년을 보낼 학교를 어디로 정할지 고민하다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1학년 담임 선생님과 영어 선생님이 정선 고한고로 전근한 것이다.

정씨는 고민 없이 이들이 있는 고한고로 전학했다. 주변에 더 가까운 학교들이 많았지만 상관없었다. 앳된 얼굴의 영어 선생님은 3학년 담임 선생님이 됐다.

정씨는 담임 선생님이 아들뻘 정도로 어리지만, 깍듯하게 은사님으로 모셨다. 선생님 역시 정성으로 그를 가르쳤다.

정씨는 선생님 덕분에 영어 외에 컴퓨터도 다룰 수 있게 됐다. 농산물 온라인 판매와 스마트팜 운영은 이제 그에게 꿈같은 일이 아니다.

배우고 또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고

(정선=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난달 27일 강원 정선군 고한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만학도 송승호(61·가운데)씨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세계사를 공부하고 있다. 2022.5.13

선생님들은 고등학교 졸업을 넘어 더 큰 꿈을 그에게 심었다. 젊은 시절, 악착같이 살 때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대학 진학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송씨는 스승의날을 앞둔 13일 은사님들을 위해 편지를 썼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 신분으로 들어갔는데 선생님들께서 친자식처럼 챙겨주시고 몰라도 잘한다고 칭찬해주셔서 저도 힘을 굉장히 많이 얻고 뭉클하게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 은혜 잊지 않고 성실히 공부해서 좋은 사람 되겠습니다. 선생님도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현재 송씨의 담임인 정지웅 선생님은 "2년 전 첫인상이 푸근했는데 지금도 꿈을 향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며 "아버님 산소에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펼치겠다는 그 꿈을 꼭 이루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이 같은 송씨의 사연과 학교 생활을 본보기로 삼아 알리고자 이날 공식 유튜브 채널 '학끼오TV'를 통해 공개했다.

선생님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정선=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난달 27일 강원 정선군 고한고등학교에서 만학도 송승호(61·가운데)씨가 자신의 1·3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함께 졸업앨범에 담길 사진을 찍고 있다. 2022.5.13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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