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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유권자 12만시대]① "민주주의 기본"…외국인의 한표 행사

송고시간2022-05-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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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한국사회 구성원…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2005년 亞 최초로 외국인 지방참정권 도입…유권자 6천명→12만명

귀화자들 출마도…"한국인으로 살아갈 다음 세대 위해"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벌써 16년 전 일이지만,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나죠. 투표 전날에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후보자 이름에 도장을 찍었던 느낌까지 아직도 생생해요."

한국살이 20년 차에 접어드는 김영숙(58) 씨에게 2006년 5월 31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에 생애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매번 투표에 참여해 왔다는 김영숙 씨. [본인 제공]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매번 투표에 참여해 왔다는 김영숙 씨. [본인 제공]

중국에서 함께 살던 딸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그런 딸을 따라 김 씨도 2003년 한국으로 왔고, 이때부터 줄곧 서울 영등포구에서 삶을 꾸려왔다.

모든 게 낯선 한국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했던 것은 '참정권'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30년 넘게 산 중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며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열린 재·보궐선거까지 더하면 벌써 투표 5회차"라며 "이제는 후보 안내문을 받아들고 공약 등을 꼼꼼히 비교하고 주변 여론까지 참고해서 신중하게 투표하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뿌듯해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씨는 또 한 번 소중한 권리를 행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중국동포들도 적응기를 지나 이제는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렇게 달라지고 있으니 이번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 역시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내가 사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애쓰는 이가 누구일지 심사숙고 중"이라고 덧붙였다.

◇ 6천 명에서 12만 명으로…'한 표' 행사하는 외국인 유권자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한 외국인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한 외국인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 최초로 외국인 지방참정권을 도입한 후 김 씨와 같은 외국인 유권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01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장기체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참정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주민투표법 제5조2항 '출입국관리 관계 법령에 의해 한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19세 이상의 외국인은 주민투표권이 있다'는 법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투표가 허용됐다.

다만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될 수 없다.

당시 6천 명 수준에 불과했던 외국인 유권자 수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증가와 맞물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6·1 지방선거의 외국인 유권자 수는 12만6천668명에 달해 역대 최다이다.

외국인 유권자 수는 제4회 지방선거 6천726명, 제5회 1만2천878명, 제6회 4만8천428명 등 매회 급격히 불어났다.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10만6천205명을 기록, 역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총선거인 대비 외국인 비율도 제4회 0.02%, 제5회 0.03%, 제6회 0.12%, 제7회 0.25%로 줄곧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직 전체 선거인 명부가 파악되지 않은 이번 지선도 지난 지방선거의 외국인 유권자 비율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동시지방선거 외국인 유권자 수. (단위: 명) [정우택 의원실 제공]

전국동시지방선거 외국인 유권자 수. (단위: 명) [정우택 의원실 제공]

투표장을 향하는 외국인의 발걸음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표권이 주어지는 유일한 비자인 영주권(F-5) 취득자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기준으로 한국에 사는 영주권자는 17만487명으로, 전년(16만2천여명) 동기 대비 4.6%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체류 외국인이 199만여 명에서 196만여 명으로 1.7% 감소한 것과 달리 오히려 증가했다.

이처럼 외국인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지 16년에 이르고 유권자 수도 급증하면서 외국인 스스로 선거의 중요성을 깨닫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2003년 한국에 온 중국 출신 이경숙(46) 이주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은 "투표에 동참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이주민 사회에서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는 지금 우리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다"며 "이주민이 아닌 한국인으로 자라날 자녀 세대가 좀 더 잘살게 하기 위해 투표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 "한국인으로 살아갈 자녀 위해"…참정권 가치 강조하는 외국인들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합주실 겸 연습실을 운영하는 미국 출신 라이언 게슬 씨. [촬영 이상서]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합주실 겸 연습실을 운영하는 미국 출신 라이언 게슬 씨. [촬영 이상서]

라이언 게슬(40) 씨도 이러한 신념을 가진 인물 중 한 명이다.

2006년 모국인 미국 서든캘리포니아대(USC) 음악대학을 수료한 그는 졸업 여행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이후 몇 차례 더 한국을 방문했고, 지금의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합주실 겸 연습실을 운영하고 있다.

내외국인으로 구성된 '카마라타 뮤직 오케스트라'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영주권도 취득했다.

2009년과 2013년 두 딸을 얻은 그는 "나도 영락없는 딸 바보"라고 웃었다.

그는 "아이들은 이제 누군가 '외국인이니?'라고 물어보면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화를 낸다"며 "한국어도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구사할 정도로 이곳을 고향으로 여기고 살아간다"고 전했다.

한국에 와서 좋은 점을 세 가지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안전한 치안, 4캔에 만원 남짓한 맥주, 그리고 투표권"이라고 답했다.

"아이들이 밤중에 편의점을 간다고 해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고 한국을 묘사한 그는 "2010년 6월 2일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꾸준히 투표한 것도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서다"고 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하나라도 빠지면 소리가 허전해진다"라며 "훗날 선주민과 이주민이 공존하면서 좋은 화음을 내는 데 일조하기 위해 이번 지선에서도 투표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세대를 위해 출사표를 낸 외국인 출신 후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의 안산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황은화 씨. [본인 제공]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의 안산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황은화 씨. [본인 제공]

1996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국 후 곧바로 귀화한 황은화(49) 씨는 이번 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안산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다.

황 씨는 "우리 지역 원곡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 중 99%가 다문화가정 자녀"라며 "이처럼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주민 자녀가 늘고 학령기에 접어드는 비율도 높아지는데, 이들을 위한 지원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세대 이주민과 달리 아이들은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미래 인재"라며 "상황이 이러한 만큼 다문화, 이주배경,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이주민만이 아닌, 한국사회 구성원 모두의 숙제"라며 "무엇보다 이들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교육 인프라를 강화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은 "장기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주민의 권리 보장이나 자녀 정착 등 다양한 숙제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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