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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다문화 가정은 인도 허황옥 공주와 김수로 왕 부부"

송고시간2022-05-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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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설화 소재로 국내 창작 오페라 지평 넓힌 '허왕후' 공연

대본·연출 김숙영·디얀시 역 성악가 손가슬, "화해·치유 메시지"

"고전미에 현대적 감성 입혀…한국 오페라의 '한류' 가능성 엿봤다"

오페라 '허왕후' 대본·연출 김숙영과 디얀시 역의 손가슬
오페라 '허왕후' 대본·연출 김숙영과 디얀시 역의 손가슬

한국 창작 오페라로 14∼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허황후'의 대본과 연출을 맡은 김숙영(사진 좌측)과 디얀시 역을 맡은 소프라노 손가슬. [김숙영·손가슬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김수로와 허황옥의 결혼은 우리나라 역사 기술서에 기록된 최초의 국제결혼이자 첫 다문화가정입니다."

'제13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14∼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허왕후'의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김숙영 씨와 인도 아유타국 출신 비운의 인물로 등장하는 디얀시 역의 성악가 손가슬 씨는 "보편적 주제인 사랑에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앞두고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한국 창작 오페라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사명감으로 도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왕후'는 금관가야 건국의 시조인 김수로 왕과 인도 아유타국에서 건너온 허황옥 공주의 사랑과 이상을 고전미와 함께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해 선보이는 오페라다.

김해문화재단이 2020년 대본과 작곡 공모를 시작으로 제작에 착수해 지난해 4월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각색과 편곡 등 지속적인 수정·보완을 거쳐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다.

성악가 출신으로 미국에서 오페라 연출을 배우고 귀국해 세종대 성악과 겸임교수와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로 재직하는 김 씨는 오페라 '나비부인', '사랑의 묘약',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리골레토', '라보엠' 등 다수의 오페라를 연출했다.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7번 연출을 맡았고, 2016년부터 5년간 서울오페라페스티벌 연출도 전담했다. '해녀', '가버나움', '찬란한 분노', '이중섭' 등 다양한 오페라 작품의 대본을 쓰고 연출도 맡았던 그는 한국 창작 오페라를 이끄는 대표적 인사다.

그는 "초연과 달리 이번 무대에서는 연출도 맡게 돼 창작의 의도를 살리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퍼포먼스를 넣었다"며 "스토리도 일부 재구성해 음식의 나라 인도와 철의 나라 가야를 부각했고, 화려한 무술 장면과 군무도 등장시켰다"고 소개했다.

대본을 쓰기 위해 가야사를 공부한 그는 "김수로왕과 결혼한 허황옥은 김해 허씨의 시조"라며 "차별적·부정적 뉘앙스가 일부 있는 다문화가 고대 지배계층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정을 이룬 설화에다가 상상력을 입히는 일이라 무척 설레고 즐거웠다고 한다. 그는 "고대인이 지금보다 더 타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주로 동남아 출신 여성과 결혼하는 다문화 가정의 경우 신부의 나라와 문화를 무시하는 일이 많은데 '허왕후'는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만난 것으로 묘사했다"며 "실제로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가야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교류에 훨씬 개방적이었다"고 부연했다.

한국 창작 오페라 '허왕후'
한국 창작 오페라 '허왕후'

[김해문화재단 제공]

유럽 무대에서 '부드럽고 크리스털 같은 청아한 고음'의 소프라노로 알려진 손가슬 씨는 서울대 성악과 졸업 후 2004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성악과 오페라를 전공했다. 독일 유학 시절부터 오페라 무대에 서기 시작해 17년째 국내외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 활약하고 있다.

국민대 성악과 겸임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앞장서 온 그는 이번에 허황옥 공주의 시녀인 디얀시로 등장한다.

디얀시는 가야의 철기 제조기술을 빼돌리려는 사로국 출신 석탈해에게 이용당하다가 죽는 비운의 인물이다.

손 씨는 "한국 창작 오페라 출연은 처음"이라며 "우리말로 가사를 전달하는 일이 쉬울 것 같지만, 오페라 가수는 외국어로 노래하는 것에 익숙해 더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석탈해를 사랑해 기술을 건네지만, 허황옥 공주의 설득으로 진실을 공개했고 결국 석탈해에게 칼을 맞는다"며 "디얀시는 후일 사로국 왕이 되는 석탈해와의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노렸을지도 모르지만, 사랑을 잊지 못해 애절하게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은 무척 감동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노래가 시처럼 심금을 울린다"며 "외국 오페라는 아리아만 따로 떼어서 공연하는데, 우리 오페라의 아리아도 그에 못지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자부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오페라 아리아는 대사가 아니라 시로 들려야 한다는 생각에 문구를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디얀시가 진실을 말해 석탈해가 죽이려 들자 먼저 허황옥이 칼을 들고 맞선다. 이후 김수로가 석탈해를 물리치지만, 자칫 전쟁으로 번지지 않게 그냥 내쫓는 포용력을 보여 그는 형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는다.

손 씨는 "사랑과 함께 신분 상승을 꿈꾸었지만 마지막에는 공주와의 의리를 지킨 디얀시와 석탈해에 맞선 허황옥 모두 상황에 순종하지 않는 진취적인 여성이라 더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오페라가수가 1천여 명에 이를 정도라 독일어·이탈리아어·영어 등 외국어로 가사를 전달하는 요령을 담은 교본이 많은데, 한국어 교본은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한국 오페라의 토양 확대를 위해 기회가 되면 교본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한국 창작 오페라는 기존 오페라보다 영화·뮤지컬 등과 경쟁해야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며 "음악도 전형적인 클래식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대중에게 친숙한 가요적인 요소도 가미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으로 오페라 분야에서도 '한류'를 일으킬 가능성을 엿봤다는 두 사람은 "'허왕후'가 인도 무대에도 올라 양국 교류에 이바지하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완성도를 계속 높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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