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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입양아의 뿌리와 자아 찾기…영화 '올 더 피플'

송고시간2022-05-2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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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프랑스 감독, 친구 이야기서 영감

오광록 "우리나라는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관심 가질지 회의적"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 중 한 장면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 중 한 장면

[Aurora Film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칸[프랑스]=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여기가 네 집이야.", "전 프랑스인이에요. 내 친구와 가족 모두 거기에 있어요."

프레데릭(박민서 분)은 태어나 처음 만난 한국인 친아버지(오광록)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릴 적 자신을 버리는 바람에 프랑스까지 입양 가게 해놓고, 인제 와서는 함께 살자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버지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술만 마시면 알아듣기 힘든 한국말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못마땅하다. 그는 결국 집을 떠난다.

프랑스 감독 데비 슈가 연출한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ALL THE PEOPLE I'LL NEVER BE)는 20대 입양인 여성 프레데릭이 자신이 태어난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친부모를 찾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인센티브 지원을 받았으며 최근 개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22일(현지시간) 드뷔시 극장에서 처음 상영됐다.

슈 감독은 한국 입양인 친구의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친구가 친아버지를 만나는 자리에 동석했다고 한다.

대부분 한국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영화는 프레데릭이 서울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방을 얻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친부모님을 찾기 위해 입양 아동 센터를 찾아, 자신의 원래 이름이 연희였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버린 친부모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리고 군산으로 내려가 아버지와 고모(김선영), 할머니(허옥숙), 배다른 여동생 등 '생물학적 가족'을 만난다.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 중 한 장면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 중 한 장면

[Aurora Film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입양인이 가족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눈물의 상봉을 하는 전형적인 장면이 연상될 수 있지만, 프레데릭은 실은 친부모를 찾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일본에 가려던 계획은 갑작스러운 태풍 때문에 한국행으로 바뀌었고,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게스트 하우스 직원과 친구가 된 덕에 센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우연이 중첩되며 그를 '뿌리'로 이끈 것이다.

그러나 평생을 프랑스인으로 살았던 프레데릭이 한순간에 한국인이 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소주에 닭발을 먹고 "사장님"이나 "건배"란 단어를 배워도 그에게 한국은 멀기만 하다.

영화는 프레데릭이 처음으로 가족과 조우하고 5년, 2년, 1년 후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주며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입양아의 뿌리 찾기, 넓게는 20대 청춘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슈 감독은 친절하게 성장담을 그리지는 않는다. 중간중간 과감한 생략을 통해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유추할 수 있게 했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프레데릭의 연애 상대와 직업이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뒷골목에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을 갑작스레 보여주기도 한다. 섬광과 잔상처럼 청춘의 불안정함을 표현했다는 느낌도 든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만난 배우 오광록.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만난 배우 오광록.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한 프랑스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에서 주인공 프레데릭의 친아버지 역을 연기했다. [촬영 오보람]

이날 상영회 후 만난 오광록 역시 "커다란 사고가 벌어지고 사건이 전개될 거 같을 때 '툭'하고 고요하게 점프하는 영화"라며 "대단히 미술적이고 회화적으로 (메시지를) 투영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광록은 시나리오가 완성되자마자 제일 먼저 가져다주겠다는 한국 협력제작사 맑은시네마 하민호 대표의 제안을 받고 참여했다. 어린 나이에 딸을 낳고 책임지지 못해 입양 보냈다가 평생을 후회하고, 다시 만난 딸에게 서툴게나마 사랑을 표현하는 아버지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그는 "아이의 존재 자체를 버린 아버지의 죄의식 가득한 마음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찾아가 보려 했다"며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았으나 자신을 버린 부모로 인해 모든 짐을 짊어지게 된 딸의 입장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광록은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며 "입양 간 여자가 친부모를 찾는 이야기에 관객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회의적"이라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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