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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실습생 소희는 왜 죽어야 했을까…영화 '다음 소희'

송고시간2022-05-2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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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도희야' 정주리 감독 연출

영화 '다음 소희' 속 한 장면
영화 '다음 소희' 속 한 장면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칸[프랑스]=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특성화고 학생 소희(김시은 분)는 졸업도 하기 전에 '사무직'으로 일하게 된 자신이 대견하다. 비록 하청의 하청이지만, "대기업 본사의 직영이나 다름없는" 콜센터가 그의 첫 직장이다.

그러나 막상 출근한 콜센터의 분위기는 상상했던 것과 딴판이다. 소희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빽빽하게 앉은 콜센터는 마치 거대한 감정 쓰레기통 같다. 고객들의 '욕받이'가 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끊겠다는 고객들을 잘 설득해 마음을 돌려야 한다. 소희는 이곳에서 일하며 시간이 갈수록 시들어 간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인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는 특성화고 학생 소희가 콜센터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6년 전주의 한 콜센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전작 '도희야'에서 폭력에 노출된 두 여성의 연대를 그린 정 감독은 이번에는 현장 실습생이라는 또 다른 약자들에게 눈을 맞췄다.

적재기에 몸이 끼어 유명을 달리한 이민호 군, 잠수 작업에 투입됐다 사망한 홍정운 군 등의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잠시 분노하다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우리 사회에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것이냐고.

영화 '다음 소희' 속 한 장면
영화 '다음 소희' 속 한 장면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연습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춤을 추는 소희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잘 추는 듯싶다가도 한 동작에서 자꾸만 넘어지는 춤처럼 그의 첫 사회생활도 순탄치 않다. 일을 잘해나가고 싶은데 결정적인 순간마다 삐걱댄다. 인터넷을 끊겠다는 고객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쉽지 않고, 욕하고 성희롱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도 어렵다.

그러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발견한 뒤부터 소희는 미친 듯이 일하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노하우도 생겨 실적 1위를 달성하며 능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약속한 인센티브를 지급받지 못하자 참았던 감정이 폭발한다. 뻔뻔하게 나오는 팀장을 때린 그는 근신 처분을 받고, 끝내 스스로 저수지로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한다.

소희 사건을 맡게 된 건 여자 형사 유진(배두나)이다. 단순 자살로 종결될 뻔하던 사건은 유진의 수사 덕분에 '사회적 타살'로 명명할 수 있게 된다. 콜센터, 학교, 교육청, 노동부 등 시스템의 부조리함이 소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을 깨닫고서 유진은 분노에 휩싸인다.

영화 '다음 소희' 속 한 장면
영화 '다음 소희' 속 한 장면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정 감독이 던지려는 메시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특히 유진이 하는 대사는 감독의 말을 대신 전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직설적이다. 자칫 멋없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정 감독은 배두나라는 탁월한 배우를 통해 관객에게 직구를 던지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인물의 심리 변화는 섬세하게 묘사됐다. 왜 소희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저 평범한 경찰인 듯했던 유진이 왜 그토록 분노하는지 설득된다.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쓴 각본 덕분에 실제 실습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체험한다는 느낌도 든다.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들의 마음 한 켠에는 작게나마 부채감이 자리할 듯하다. 아이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느꼈던 안타까움은 너무 쉽게 휘발됐고, 또 다른 죽음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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