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한국 대중문화사 박물관"…연예계, 추모 물결(종합)
송고시간2022-06-08 17:54
30년 인연 신재동 악단장 "송해 선생님이 '전국노래자랑' 자체"
이용식 "천국노래자랑 외쳐주시길"…송가인·홍석천·딘딘 등 온라인 애도

(서울=연합뉴스) 현역 최고령 MC인 방송인 송해가 8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경찰과 의료계에 따르면 송씨는 이날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2019년 8월 9일 서울 종로구 원로연예인상록회에서 '전국노래자랑' 울릉도편 관련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2022.6.8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방송인 송해가 8일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방송계에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과 같은 황해도 출신 실향민으로 평소 친분이 두터웠다는 방송인 이상벽(75)은 이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평생을 바지런히 뛰었으니 이제 정말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쉬는 시간을 가지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인과 '나팔꽃 인생 60년 송해 빅쇼'라는 전국 순회공연을 함께한 그는 공연에 들어가기 직전에 늘 의자에 눈을 감고 앉아 있던 고인의 모습을 회상했다.
"머릿속으로 공연 리허설을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매일 하는 공연 뭔 리허설이 필요하냐고 하니까 '여긴 여기대로 뭔가 새로운 걸 하나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게 뭘지 궁리하는 중이다'라고 했어요. 같이 방송할 때도 항상 1∼2시간 전에 나타나셨고, 패널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도 철저히 준비하고 와서 확실하게 역할을 하셨던 분입니다. 상당히 존경심을 느꼈죠."
이상벽은 최근 고인의 한쪽 눈이 실명 수준이었다고 전하면서 "연예인들이 흔히 '무대에서 살다 무대에서 죽는다'고 하는데 이 양반(송해)이야말로 최후까지 그야말로 무대에서 살다 가신 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송해와 '전국노래자랑'을 함께 해온 신재동 악단장은 "가슴 한켠이 뻥 뚫린 것처럼 허망하다"고 애도를 표했다.
1992년도부터 송해와 '전국노래자랑'을 같이 해온 그는 "송해 선생님하고 같이 지낸 세월이 올해로 딱 30년"이라면서 "'전국 노래자랑'하면 송해 선생님이고, 송해 선생님 하면 '전국 노래자랑'일 정도로 둘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많은 국민도 안타까워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배 코미디언 이용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974년 4월 MBC 코미디언 채용 시험장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을 회고하며 "송해 선생님의 카랑카랑하신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난다"고 추모글을 올렸다.
그는 "천국에 가셔서, 그곳에 계신 선후배님들과 코미디 프로도 만들고, 그렇게 사랑하셨던 '전국노래자랑'을 (이어서) 이번엔 '천국 노래자랑'으로 힘차게 외쳐달라"고 전했다.
'전국노래자랑'으로 가수로 첫발을 내디딘 송가인, 김수찬 등도 SNS를 통해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데뷔 전 2010년 '전국노래자랑' 전라남도 진도군 편에 출연해 송해와 처음 만났던 송가인은 당시 무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제일 먼저 재능을 알아봐 주시고, 이끌어 주신 선생님. 잘 되고서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 출연 이후 꿈을 키웠다는 가수 김수찬 역시 "항상 잊지 않고 제 이름을 불러주시던 송해 선생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방송인 홍석천도 군 생활 시절 고향 충청남도 청양군에 찾아온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고 밝히며 "나중에 연예인 해도 잘 되겠다고 하시며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신 그 몇 마디가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됐던지"라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 밖에서 인연을 맺고 송해를 따랐던 가수, 코미디언, 배우, 방송인 등 후배들의 추모 물결도 이어졌다.
광고 촬영으로 송해와 인연을 맺은 딘딘은 고인과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진을 올리고 "신인이었던 저를 신경 써주시며 관계자들에게 '나보다 딘딘이를 더 챙겨줘'라고 매번 말씀하셨다"며 "선생님이 저에게 따라주신 소주는 제 평생의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배우 한지일은 "6개월 전 종로 사무실에서 찾아뵀을 때 챙겨간 홍삼절편을 '나 건강하라고 갖고 왔구먼'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셨는데…"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했다.
방송인 장성규, 오상진, 하리수 등도 송해의 별세 소식을 안타까워 하며 명복을 빌었다.
방송인 송해의 삶을 담은 평전 '나는 딴따라다'(2015)를 집필한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그리고 최근 한류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의 한복판에 계셨던, 한국 근현대 대중문화사의 박물관"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평전을 쓰기 위해 송해와 일 년여 간 함께 생활하다시피 했다는 그는 "많은 분이 송해 선생님을 인자하시고 따뜻한 할아버지 이미지로만 알고 계시는데 멋진 상남자다. 어른으로서의 풍모와 어린아이 같은 순진무구함을 겸비하셔서 영원히 우리 국민의 친구로 기억되실 것 같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전국 노래자랑'을 하나의 거대한 당신 작품이라고 생각하셨어요. 2천 회가 넘는 녹화를 하셨는데도 항상 무대에 올라가시기 전에 그렇게 떨곤 하셨어요. '천하의 송해도 긴장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게는 대중문화에도 숭고함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신 분입니다."
또 송해가 지난 4월 95세의 나이로 기네스북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을 언급하며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자기 집중과 몰두, 헌신 때문에 그렇게 오래 그 자리에 계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top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6/08 17: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