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 앙심"…방화 용의자, 흰천 덮은 물건 들고 건물 들어갔다(종합)
송고시간2022-06-09 16:44
경찰, 용의자 건물 진입 CCTV 확보…발화 원인 감식
같은 건물 입주자들, 긴박한 탈출…"건물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려"

(서울=연합뉴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 화재로 7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 2022.6.9 [독자 최식백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박세진 기자 = "앙심을 품고 전화를 몇 번 했다고 합니다."
7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빌딩 화재 현장.
9일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용의자 A(53)씨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용의자 A씨가 B 변호사에게 졌다"며 "그 뒤로 사무실에 항의 전화를 몇 번 했다고 같은 사무실을 쓰는 C 변호사 사무장에게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 변호사는 지방에 다른 재판으로 출장을 나가면서 참사를 피했다"고 말했다.
용의자 A씨는 불이 난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민사소송에서 B 변호사를 선임한 상대방에게 패소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현장에는 사무실 직원이자 사망자인 6명도 함께였다. 이번 사건 사망자 7명은 모두 폐쇄적인 구조의 한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작은 창문이 있었지만 연기를 배출해내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소방 당국은 분석했다.
유일한 생존자는 C 변호사의 사무장이었다. 그는 별도로 개인 방을 사용한 덕에 화를 면했다.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은 두 변호사가 합동으로 개업한 곳이다.
평소 변호사 2명을 포함해 10명이 내근했는데, 이날은 7명이 안에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 용의자가 사무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 용의자 시신 전반에 불에 탄 흔적이 명백해 분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이날 오전 10시 53분께 혼자 마스크를 쓰고, 건물에 들어서는 CC(폐쇄회로)TV 화면을 확보했다.
한 손에는 흰 천으로 덮은 확인되지 않은 물체를 든 상태였다.
경찰은 이 천에 덮인 물체가 인화 물질이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합동 감식을 진행해 인화 물질 등이 무엇인지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신원을 알 수 없는 7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소방과 경찰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2022.6.9 psjpsj@yna.co.kr
불이 날 당시 같은 건물 안에 있었던 생존자들은 긴박했던 순간들을 전했다.
이들은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너무 많아 밑으로는 대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건물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한 변호사는 "대피 과정에서 봤는데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사무실 문이 열려 있었다. 방화범이 문을 연 채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건물 안에 있었던 한 20대 여성은 "갑자기 2층에서 고함치는 소리랑 뭐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며 "처음엔 불이 난 줄 모르다가 연기가 올라와서 탈출하려고 했는데 연기 때문에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창문을 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무사히 탈출한 직원들은 밖에서 만나 다친 데가 없는지 서로 안부를 물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빌딩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 등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2022.6.9 psjpsj@yna.co.kr
sunhyu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6/09 16:4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