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한번 읽으면 재소비 어려워…불법유통은 치명적"
송고시간2022-06-19 07:19
카카오엔터 불법유통 대응TF장 인터뷰…"작가 창작의지 저하로 업계 타격 우려"
중화·인니·영어권 중심 불법번역 차단…러시아·아랍권에도 해적판 횡행
(성남=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툰 한 편의 3일 대여권 가격은 200∼300원, 소장권은 400∼500원이다.
사흘 만에 효력이 다하는 대여권 두 장 값이면 두고두고 언제든 읽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대여권을 택한다.
웹툰·웹소설 등 재미로 읽는 가벼운 콘텐츠는 '초독'(初讀)의 가치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호준 법무실장 겸 글로벌불법유통대응 태스크포스(TF)장은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가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런 웹툰 소비패턴을 설명하며 "웹툰은 '스낵컬처'로, 한번 스토리를 읽으면 재소비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낵처럼 언제 어디서나 간단하게 즐길 수 있지만, 그만큼 한번 쓱 맛본 이용자는 미련 없이 뒤돌아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웹툰 업계는 창작수익을 저해하는 불법유통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 실장은 "플랫폼에 웹툰이 올라오면 불과 30분 만에 불법유통 사이트에도 풀린다"며 "업계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작가의 창작 동기가 꺾이면서 산업 전반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웹툰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유통은 국내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에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11월 업계에서 처음 글로벌 불법유통 TF를 꾸렸다.
영어권과 중화권, 인도네시아어권 거주 경험이 있는 전담 인력을 각 1명씩 둔 이 TF는 출범 이후 지난 5개월간 불법물 225만 건을 적발하고 검색차단 키워드 2천 건을 등록했다.
불법유통 키워드는 '해적판'을 잡아내고 유통을 차단하는 중요한 낚시찌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유명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정식 영문판 명은 'Solo Leveling'이지만, 'I Alone Level Up'이라는 이름으로도 음지에서 유통된다.
'사내맞선'의 경우에도 'A Business Proposal'이 정식 영문명이지만 'Love is Misfortune'이나 인도네시아식 표기인 'komik Kantor Kencan Buta' 등의 키워드로 불법물이 돌아다닌다.
TF는 불법유통 사이트와 커뮤니티를 돌며 이 같은 키워드를 찾아낸 뒤 검색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다.
이 실장은 "해당 작품에 관한 모든 키워드를 찾아내지 않고 독자들에게 헤게모니를 갖는 주력 키워드 몇 개만 파악해 차단하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5개월간 막아낸 불법유통 피해액은 2천65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웹툰 1편당 약 5만2천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데 이는 각 불법 경로에서 적어도 10명이 불법적으로 웹툰을 볼 것이라고 가정해 산정한 최소치다
현재는 웹툰 불법번역 건수가 가장 많은 언어권인 영어권(50%), 인도네시아어권(20%), 중화권(10%)을 중심으로 적발·차단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향후에는 그 범위를 한층 넓힐 예정이다.
이 실장은 "향후에는 태국어·스페인어·프랑스어권 등도 포함할 예정"이라며 "러시아어권과 아랍어권에서도 웹툰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유통은 플랫폼에도 피해가 되지만 창작자, 특히 영세 작가에게 돌아가는 고통이 너무 크다"며 "작가가 창작 동기를 잃게 되면 업계 전반을 고사시킬 수 있기에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카카오엔터는 올해 글로벌 차원에서 불법번역·유통 근절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6/19 07:1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