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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미국이 부러워하는 한국의 위 내시경검사

송고시간2022-06-24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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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미국에서는 위암이 늘고 있는데도, 위암 조기 발견을 위한 내시경 검사가 활성화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암 환자 10명 중 8명은 4기 이후 단계에서 발견됩니다. 이제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위암 내시경 검사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려고 합니다."

최근 대한암학회 주최 학술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위암 예방재단 '데비스 드림 파운데이션'(Debbie's Dream Foundation, DDF)의 최고경영자(CEO) 안드레아 아이들먼(Andrea Eidelman)은 23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위암 예방을 위한 조기 내시경 검사의 중요성을 연신 강조했다.

DDF는 2009년 데비 젤먼(Debbie Zelman) 변호사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세 아이의 엄마였던 젤먼은 2008년 갑작스럽게 위암 4기로 진단받은 후 여러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위암의 올바른 치료법과 예방법을 전하고자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환자 교육을 위해 헌신하다 10년 뒤인 2017년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와 함께 재단을 꾸려오던 동료 변호사 아이들먼이 이어 재단 CEO를 맡았고, DDF는 미국 연방 정부로부터 1억3천만 달러(약 1천580억원) 규모의 활동 기금을 받는 거대 환자단체로 성장했다.

안드레아 아이들먼(Andrea Eidelman) DDF CEO
안드레아 아이들먼(Andrea Eidelman) DDF CEO

[대한암학회 제공]

아이들먼은 "한국은 건강검진에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재단의 목표 중 하나는 미국에서도 위암을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시경 검사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먼의 이런 얘기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가진 미국에서 내시경 검사가 늦어져 위암이 뒤늦게 발견된다는 말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자는 아이들먼과 얘기를 나누면서 미국의 상황을 점차 이해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가까운 병원 어디서나 내시경 검사를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는 한국의 의료상황이 미국인들로서는 참 부러울 만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한국의 경우 국가암검진이 적용되는 만 40세 이전이라도 10만원 안팎이면 가까운 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사실 미국과 한국의 위암 발병 양상은 사뭇 다르다.

한국과 미국은 신규 위암 환자가 각각 연간 3만 명가량 발생해 환자 수로는 비슷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로는 한국의 위암 발생률이 미국의 10배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다른 암에 견줘 상대적으로 위암 환자가 많지 않아 그동안 관심도가 떨어진 셈이다.

이런 탓에 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내시경 겸사의 중요성이 그동안 뒤처지면서, 이제는 젊은 층 위암 환자가 늘고, 환자의 80%는 4기 이후 단계에서 발견된다는 게 아이들먼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그동안 위암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진들도 굳이 조기에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런 시스템과 인식의 부재가 데비와 같은 젊은 층 위암 환자를 만들었고, 지금은 위암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먼은 미국 내 위암이 증가하는 이유로 유전적인 요인, 비만, 짜고 보존제가 많이 들어간 음식의 과도한 섭취 등을 꼽았다.

아이들먼이 제시하는 재단의 목표는 미국 내 위암 예방을 위한 조기 내시경검사의 정착이다.

아이들먼은 "우리는 많은 사람에게 병원에 가서 내시경 검사를 요청하라고 권고한다"면서 "하지만, 미국에서는 1회 내시경검사 비용이 수백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앞으로 재단에서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조기에 내시경 검사를 받게 함으로써 질병에 대한 예후가 좋아지도록 하는 게 우리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단체로서의 비전도 제시했다. 위암 예방과 치료에 대한 정부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아이들만은 "위암에 대한 정부 정책을 바꾸기 위해 이 부분만 중점적으로 작업하는 인력을 재단 내에 두고 있다"면서 "결국 이런 활동이 궁극적으로는 미국인들에 대한 건강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치상 서울대병원 위암 환우회 회장
원치상 서울대병원 위암 환우회 회장

[대한암학회 제공]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서울대병원 위암 환우회 원치상 회장은 한국에서도 데비 재단과 같은 전국적 규모의 위암 환자단체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아이들먼은 한국의 내시경검사 시스템과 높은 위암 완치율을 부러워하지만, 한국은 모든 암을 통틀어 발생률 1위가 위암인데도 아직 국내 위암 환자를 대표하는 환자단체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비싼 비용을 부담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내시경검사를 통해 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한국의 시스템이 돋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도 이런 장점을 거부한 채 위암 검진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의 인식개선을 위해서라도 데비 재단과 같은 위암 환우회 단체 설립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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