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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바이러스 발견' 고려대 이호왕 명예교수 별세(종합)

송고시간2022-07-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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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학자로 손꼽히는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8년 함경남도 신흥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4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해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인은 1960년 귀국해 1969년 미군 연구비를 지원받으면서부터 '유행성출혈열' 연구에 매진했다.

유행성출혈열은 들쥐나 집쥐 등을 통해 감염돼 두통, 근육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법정 감염병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감염 원인을 몰라 정체불명의 괴질로 불리며 공포감을 키웠다.

고인은 자서전 '한탄강의 기적'에서 1, 2차 세계대전 때 군인 수천 명이 유행성출혈열로 목숨을 잃었고, 한국 전쟁 당시 유엔군 3천200명도 이 병을 앓았다고 기술했다.

약 7년여의 연구 끝에 고인은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76년 3월 경기도 동두천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한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와 면역체를 발견했다.

그는 이 병원체 바이러스를 발견장소의 이름을 따 '한탄 바이러스'로 명명했다.

고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
고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선진국은 물론 국내 의학계도 그의 업적을 선뜻 믿으려 하지 않았다. 한국처럼 어려운 후진국에서 그런 '기적'이 탄생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6년 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를 유행성출혈열 연구협력센터 소장에 임명함으로써 그가 유행성출혈열의 최고 권위자임을 인정했다.

고인이 생전에 "등줄쥐를 채집하기 위해 밤에 한탄강 주변을 다니다 간첩으로 오해받아 여러 차례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말한 일화는 지금도 후배 의학자들 사이에 회자된다.

고인은 병원체 발견에 그치지 않고 1989년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진단키트를 개발한 데 이어 1990년에는 유행성 출혈열 예방백신인 '한타박스'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후로는 의학발전과 인류 건강복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고인은 고려대 의과대학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등을 역임하고, 미국 최고민간인공로훈장(1979년), 인촌상(1987년), 호암상(1992년), 태국 프린스 마히돌상(1995년), 일본 닛케이 아시아상(2001년), 과학기술훈장 창조장(2002년), 서재필의학상(2009년) 등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로 추대됐으며, 미국 학술원(NAS) 외국회원, 일본 학사원 명예회원으로도 선정됐다.

유족은 부인 김은숙씨와 2남(이성일 성균관대 공대 교수,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이 있다.

빈소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7일 오전 11시 5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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