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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반지하 주택은 안보 목적으로 생겨났다?

송고시간2022-08-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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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때 일가족 3명 참사한 이후 반지하 주택 주목

1970년 안보 차원에서 지하층 건설 의무화…창고 등으로 이용

급격한 도시화속에 주택 부족하자 1975년부터 주거 허용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유경민 인턴기자 = 집중호우로 인해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면서 일가족이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우리나라에 유독 반지하 주택이 많은 이유를 설명한 한 건축학과 교수의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작년 9월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서 "우리나라에 반지하가 많은 이유는 의무적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그런 때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안보상의 이유를 들었다.

유 교수는 "한국전쟁이 있었고 60~70년대를 거치면서 도시화를 했는데 그때 항상 관심사는 '전쟁이 났을 때 북한을 잘 무찔러야 한다'는 게 컸다"면서 "건물마다 반지하를 만들어 놓으면 그 안에 들어가서 참호처럼 숨고 반지하 창문으로 기관총만 딱 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7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도시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며 "주거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반지하 공간을 세를 주기 시작하고 그게 지금 도시에서 가장 적은 임대료를 내고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한 반지하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한 반지하

폭우로 인해 반지하층이 침수된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게시된 건축법의 제·개정 역사와 과거 언론보도 등을 보면 반지하 건설이 안보상 이유로 의무화된 뒤 주택문제 해결 수단이 됐다는 유 교수의 설명은 타당해 보인다.

1962년 제정된 건축법은 1970년 개정을 통해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에는 지하층을 건설하도록 했다. 인구 20만 명 이상인 도시에서 지상층의 연면적이 200m²인 건축물을 지을 경우 지하층을 만들도록 했다.

지하층 건설을 의무화한 이유는 1968년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1968년 5월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김현옥 시장은 "71년도까지 350만 명의 시민을 전시체제 하에서 대피시킬 수 있는 방공호 구실을 할 지하 건설을 하겠다"며 "이를 위해 앞으로 건축법을 개정해 2층 이상은 지하에 창고를, 3층 이상은 건물 수용 인원의 70%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나 창고시설을 갖추도록 강제 규정을 넣겠다"고 했다.

지하층 의무 건설 규정은 30년 가까이 유지되다가 과도한 규제를 없앤다는 취지에서 1999년 폐지됐다.

반지하를 거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건 1975년 건축법이 개정되면서다.

개정 이전 건축법(19조)은 "주택의 거실은 지층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 단, 환기 기타 위생상 지장이 없을 때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때 거실은 거주, 집무, 작업, 집회, 오락 기타나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방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지하층을 거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다. 이로 인해 지하층은 창고나 보일러실로 이용됐다.

이 조항은 1975년 12월 "주택의 거실을 지표면 이하에 설치하고자 할 때는 환기 기타 위생상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로 개정됐다. 환기 기타 위생상 지장이 없으면 지하층도 거주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후 1980년대 다세대·다가구주택이 합법화되면서 반지하에 독립된 가구가 사는 거주 형태가 일반화됐다.

지하층 거주를 허용하게 된 것은 심각한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1975년 당시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56.3%였다. 가구 수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주택을 보충하는 보조 수단으로 반지하를 동원한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20년 발행한 '반지하 주거 현황과 시사점'에서 "1970년대 지하층은 유사시 대피소의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건축됐는데, 이후 지하층 설치 기준의 완화 및 도시화로 인한 주택난 해소 등을 위해 주거용도로 이용됐다"고 밝혔다.

지하층이 건축법상 층수 제한이나 용적률 제한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반지하가 확산한 이유였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높이와 용적률 등을 제한하고 있다. 1991년까지는 주거전용 지역 내 건축물의 층수를 2층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지하층은 용적률을 산정할 때와 연면적과 층수를 산입할 때 제외되기 때문에, 반지하는 내부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이렇게 생겨난 반지하는 임대료가 저렴해 지금까지 저소득층의 주거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11일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국 반지하(지하 포함) 주택은 32만7천320가구이며, 이 가운데 서울에 20만849가구(61.4%)가 몰려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반지하가 많은 이유는 서울과 수도권에 주거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현재도) 수도권의 주거비가 너무 비싸서 반지하에 사는 것이기 때문에 반지하를 없애려면 이주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sungje@yna.co.kr

swpress14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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