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팀 해체' FC남동 선수들 "무급이라도 뛰겠다"
송고시간2022-08-13 08:30
K-4리그 선수단, 시즌 도중 소속 팀 사라져 허탈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13일 인천시 남동구 남동근린공원 축구장.
평소라면 홈팀인 인천남동구민축구단(FC남동) 선수들의 힘찬 기합으로 채워졌을 경기장은 텅 빈 상태로 고요하기만 했다.
이곳에서는 이날 오후 6시께 K-4 리그 25라운드 FC남동과 고양KH 간 시합이 예정돼 있으나, FC남동의 몰수패로 가닥이 잡혔다.
FC남동은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며 창단 3년 만에 팀 해체를 결정했다. 구단 측은 대한축구협회에 K4리그 탈퇴와 함께 경기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구단이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프로팀 입단을 목표로 FC남동에서 활동하던 선수 30명은 오갈 곳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상 시즌 도중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수들은 몸 상태와 경기감각을 유지하려면 잔여 경기라도 참여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K4리그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30라운드까지 모두 6경기가 남아 있다.
FC남동 골키퍼 최진백(28)은 최근 "FC남동 선수들이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박종효 남동구청장에게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선수들은 당장 이적도 할 수 없고 팀은 사라져 운동도 못 하고 있다"면서 "(구단의) 임금 체불로 제대로 된 생활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무급으로 뛰며 경기에 나서려고 했지만, 남동구가 축구장 사용을 막아 마지막 불씨마저 끄려고 하고 있다"며 "올 시즌이라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구단 법인이 해산 절차에 나선 만큼, 기존 선수들이 소속팀 없이 리그를 치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축구장 이용료를 포함한 경비 문제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FC남동은 2019년 창단 이후 '남동구민축구단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남동구로부터 매년 5억원 상당의 지원금과 남동근린공원 축구장 사용료 감면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조례안의 유효 기간이 작년 말로 끝나면서 모든 지원이 끊겼고, 구단 측은 선수들과 사무국 직원에게 수개월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난을 겪었다.
앞서 남동구의회는 FC남동의 부실한 운영 실태를 지적하며 구단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제·개정 조례안을 잇따라 부결했다. 이에 남동구는 FC남동의 운영 상황과 재정 자립성 등을 검토한 끝에 지원 조례 제정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구단 측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스폰서십을 통한 자력 운영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지만,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리그 불참 통보와 함께 법인 해산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단 관계자는 "대한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소속팀이 없어진 상황에서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의할 것"이라며 "최대한 구제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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